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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이동… 거리엔 축문 “물결”/중국의 설날 「춘절맞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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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이동… 거리엔 축문 “물결”/중국의 설날 「춘절맞이」 표정

입력
1994.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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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놀이 금지로 예년보다 적막/풍선·카셋으로 대신폭음 악귀쫓아 설날은 우리뿐만 아니라 음력문화권에 속하는 중국과 대만, 화교들이 많이 살고있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등 동남아국가에서는 최대의 명절이다. 이웃나라에 사는 친지를 찾아 국경을 넘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상가와 관공서가 철시해 거리는 적막해진다.

 그러나 올해 설(춘절)을 맞는 12억 중국인의 마음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1천년이상 계속돼온 춘절풍속인 폭죽놀이(연화)가 북경 광주등 대도시에서 금지됐기 때문이다. 도심의 화재를 우려하는 각 시당국과 폭죽놀이를 계속 고집해온 시민들간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지난해 12월1일 주요 도시들이 폭죽놀이를 금지하는 시조례를 일제히 시행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들 시조례는 폭죽놀이를 하다 적발되면 2천원(약18만4천원)의 벌금형이나 수일간의 구류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정부가 1949년 본토를 공산화한이후 시행한 대도시에서의 개사육 금지조치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어 개의 해인 새해에도 개짖는 소리조차 들을 수없게 됐다. 최근들어 푸들등 애완견이 사회적 신분을 표시하는 상징이 되면서 일부 부유층사이에 애완견사육이 늘고있지만 벌금형이란 「법의 칼날」앞에서 개들은 숨을 죽이고 살지않으면 안된다.

 폭죽놀이가 금지되자 이를 피해보려는 도시민들의 저항도 만만찮다. 폭죽이 터질때의 요란한 폭음이 악귀를 쫓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굳게 믿고있는 중국인들로서는 시당국의 처사가 이해할 수없는 모양이다. 약삭빠른 상인들은 폭죽소리만을 카셋테이프에 담아 시장에 내놓았는데 최근 경찰은 『카셋테이프가 시민들로 하여금 폭죽놀이를 하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로 상가를 급습, 몰수하는 일도 있었다.

 시장개방 덕분에 떼돈을 번 북경의 신흥 부유층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승용차를 몰고 규제조치가 적용되지않은 시외곽으로 나가 마음껏 폭죽놀이를 하면 된다. 기껏해야 자전거밖에 없는 대다수의 북경시민들은 이번 설날에 바람을 잔뜩 넣은 풍선을 바늘로 찔러 터뜨리는 행사로 만족해야 할것같다. 이 정도로 악귀가 물러날지는 알 수 없지만. 

 북경의 점쟁이들은 폭죽소리가 없는 섣달그믐의 적막이 새해의 흉조를 뜻한다며 재앙이 점점 다가오고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춘절이 명절중의 명절임에는 틀림없는 것같다. 길게는 7∼8일씩 걸리는 고향을 찾아가기 위해 북경등 대도시의 역들은 벌써 붐비고 있다. 거리에는 「신년쾌락」(새해에도 큰 기쁨이)등 붉은색 축문이 나부낀다. 공식연휴는 3일이지만 대개 보름간을 놀기 때문에 음식을 준비하는 시민들로 시장과 상가는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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