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의 특색은 여성들 가죽옷의 대유행이다. 무스탕이며 토스카나 반코트의 패션이 온거리를 메운다. 중년 층이고 젊은 층이고 가릴 것 없다. 주부도 직장여성도 저마다 가죽옷으로 둘러쌌다. 가장들은 부인과 딸자식들의 가죽옷 성화에 비명이다. 백화점들은 이 피혁류 의상의 바겐세일을 크게 광고하여 여성들을 충동질한다. 무스탕을 안입으면 자기 자동차가 없는 것 만큼이나 창피해 하고, 토스카나를 안걸치면 별로 추울 것이 없는데도 공연히 벌벌 떤다. 가죽옷이 거리를 누비기 시작한 것은 물론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해보다도 따뜻한 날씨가 많았던 이번 겨울에 어느 해보다도 붐인 것은 왜일까. 피혁류뿐 아니라 밍크등 모피류도 덩달아 예전보다 훨씬 늘었다.
89년 모피등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이 60%로 대폭 인하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모피·가죽옷 하면 한국을 떠올릴만큼 세계 제일의 생산·수출국이면서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80년대 후반기부터 거세진 외국의 동물보호운동은 이같은 양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수출길이 좁아진 생산업자들이 국내에서 활로를 찾아야 했다. 이에 따라 90년대 들면서 모피·가죽옷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제품도 다양해지고 값도 많이 내렸다. 질에 따라 가격의 차이는 크지만 현재 반코트의 경우 싼것은 토스카나가 50만∼60만원대, 무스탕은 30만∼40만원대면 살 수 있다. 「귀부인이나 입는 옷」이라는 신화가 무너졌다. 백화점측은 금년 1월에 실시된 세일 기간동안 판매고가 지난해에 비해 30%가 늘었다고 하나 거리의 육안지수로는 그 증가율을 훨씬 웃돈다. 매출시장이 토스카나등 피혁류는 연간 5천억원, 모피류는 3천억원에 이른다고 업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어느만큼 살게된 마당이라면 모피·가죽옷을 입는다고 탓할 수는 없다. 걱정되는 것은 자신의 형편이나 개성을 무시한 「소나기구매」다. 오랜 유니폼 문화에 젖은 타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웃 한 사람이 사입으면 마치 「시대의 제복」이기나 한것처럼 너도 나도 사입는다. 자신의 생활정도나 취미·개성을 뒤돌아볼 겨를이 없다. 「허영의 시장」으로 우르르 몰린다. 개인은 어디가고 자신을 집단속에 묻어버린다.
유행이란 멋을 따르는 것이다. 멋도 모르고 유행에 휩쓸리는 것은 부화뇌동이요 허식일 뿐이다.
옷은 자기 생활의 질이나 개성과 어울릴 때 진짜 날개가 된다. 모피·가죽옷은 아무리 값이 내렸다고는 해도 아직도 비싼 옷이다. 이 고급 옷이 장보기 옷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요즘이다. 아무리 유행한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은 것은 사지않는 절제와 용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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