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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약보다 약화 걱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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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약보다 약화 걱정(사설)

입력
199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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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험이 좋은 약은 입에 쓰다(양약고구)는 우리사회 전래의 소박한 비유에는 사실 문제가 많다. 오늘의 눈부신 의약발전은 소위 량약의 기준을 효험에만 두지않고 그 부작용의 유무나 정도부터 먼저 따져온지가 오래다. 그래서 약효가 아무리 좋아도 부작용이 지나치면 원천적으로 제약을 금지시키는게 원칙이다. 그러나 약효만 좋다면 쓴맛정도야 참아야 한다는 우리사회의 그런 소박한 인식이 온갖 약의 부작용과 오·남용에 대해서도 아울러 둔감함을 초래, 국민건강의 적신호로 여겨지기에 이른것이다. 최근 보사부가 약효재평가 결과 약품중 가장 많이 쓰이는 항생물질제제중 단일제 1천7백59품목 전부에서 표시이상의 부작용 위험을 적발,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모두 고쳐 쓰게 한것은 날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약의 부작용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일만 하다. 당국은 사용상의 주의말고도 효능·효과부문에서 1천2백6품목(69%), 용법·용량부문에서 9백92품목(56%)에 대해 아울러 표시내용을 고치도록 조처했다고 한다.

 약이란 이처럼 효험과 부작용의 두얼굴을 지니고 있기에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만 약을 파는게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의약분업조차 아직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후진상황이어서 약의 오·남용이 제도적으로 방치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국내 큰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생산하는 항생제의 단일제 전품목에서 부작용과 효능·용법표시마저 그처럼 빼거나 허술하게 다루어 오기에 이른것이다.

 이런 한심한 사례야말로 약으로 병을 고치는게 아니라 오히려 병을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국민건강상의 위기를 드러내는것이다. 보사부가 이번 약효재평가 결과 드러난 부작용만 해도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구체적으로 항생제를 잘못쓰면 대장염, 중독성 표피괴사증, 급성신부전증, 쇼크, 퇴행성뇌질환, 경련, 혼수, 빈혈, 황달, 부종, 두통등을 유발한다는것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것은 이같은 항생제가 약품의 주종을 이뤄 대량생산·대량소비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질병뿐 아니라 농축수산물의 생산및 가공에까지 널리 쓰여 사람들이 직접 쓰지 않아도 체내에 축적, 쉽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항생제의 이같은 남용이 각종 병원체의 내성을 나날이 높이면서 항생제의 강도나 사용빈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마저 빚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복합적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격한 약효나 부작용 평가및 의약분업의 조기시행과 같은 제도적 부작용확산방지책 마련이 긴요하다. 아울러 항생제에의 과신과 남용풍조를 막을 보건당국의 계몽과 국민적 각성및 제약업자들의 양식이 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힘을 모아 약화를 막을 때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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