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말 다하며 주변반응 “불안”/“일과 사랑 모두성취”… 높은 의욕 신세대 여자들은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하고싶은 소리 다하며 당당하게만 사는것같지만 그 이면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하고 속으로 끙끙대며 스스로에 대해 자신없어 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들이 바라는것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것이 너무나 다르고,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조차 뜻대로 되지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늘 강약 딜레마에 시달린다. 뜻대로 밀어붙이자니 힘이 부치고 그렇다고 남들이 하는대로 끌려가기는 싫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조화를 이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세대 여자들의 이러한 고민을 가장 정확하게, 환상적으로 짚어낸 광고가 있다.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가 미모의 여형사로 나오는 마몽드 화장품 CF가 그것이다. 운동과 사격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사건현장에서는 남자들을 지휘하는 이영애의 모습은 능력있는 여자를 상징한다. 동시에 그는 모델같은 얼굴과 아름다움도 잃지않고 있다. 다소 비현실적인 이 상황설정은 타인과 자신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신세대 여자들의 강한 바람을 담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남자문제만 해도 그렇다. 신세대 여자들은 「나를 둘러싼 수많은 내 모습과 내 마음속의 깊은 표정까지도 오직 나만의 것으로 이해해주는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노영심의 노래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중)를 바라지만 남자들은 아직도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내가 울적하고 속이 상할 때 그저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되는 여자」 (변진섭의 노래「희망사항」중)를 원한다. 때문에 신세대 여자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있게 된다. 『시―임 봤다!… 앗싸라비아』 (SBS TV「열려라 웃음천국」중 「여자여자여자」)할 만큼 마음에 쏙드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능력있고 매력적인 강한 남자와 사귀게 되면 처음에는 열중하지만 얼마 안가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문제를 그의 탓으로 돌려버리게 된다. 프랑스 유학생 재즈 댄서(강문영)와 사진작가(최민식)의 사랑을 그린 영화 「우리 사랑 이대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불같은 사랑에 빠지지만 한순간 뭔가가 삐거덕대기 시작하면 『날 힘들게 하지마』라며 『난 이런거 싫어!』하고 뛰쳐 나가버린다.
반면 자신을 말없이 받아 들여주는 약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 그의 짐까지 져야 한다. KBS 1TV 「당신이 그리워질 때」에서 일 때문에 보수적인 애인과 헤어지고 묵묵히 웃어주는 명준(김규철)과 결혼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희(박지영)는 옛 애인과 찍은 사진 몇장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속좁고 나약한 남편 때문에 유산까지 한다.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남자 앞에서 다부진척 버티는것도 어느 정도까지일 뿐이다.
일은 신세대 여자들에게 더 큰 갈등요소다. 아직까지도 「이 세상에 약한것이 여자」 (설운도 노래 「여자여자여자」)라고 믿는 이 사회에서는 똑같이 일해도 남자들만큼 인정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오히려 무능한 남자 밑에서 갖은 수발을 다들어야 하는것이 보통이다.
『그럼 남자나 한번 돼볼까?』라며 남장을 하고 회사에 들어가 큰 일을 해내는 여자(박선영)의 서글픈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가슴달린 남자」도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처녀시절 생기발랄하고 재능많던 디스플레이어 김유림(강수연)이 일을 그만두고 집안에 눌러앉더니 결국 이혼하고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야』라며 쓴 웃음과 함께 다시 직업을 갖는것도 (영화 「그대안의 블루」) 일을 가진 신세대 여성들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신세대 여자들은 강약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SBS TV 「결혼」의 채영 (유호정)처럼 엄마의 성화를 핑계로 안주하든, 서영(조민수)처럼 자신이 원하는대로 불쑥 일을 저질러버리든 둘중 하나다. 그러나 결정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MBC TV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의 다슬(심은하)처럼 기대고 싶은 남자(손지창)와 보살펴줘야 할것같은 남자(장동건)사이에서 힘들어하거나 「생각없이 지내온 날들을 후회」(칼라의 노래 「후회하고 있는 거야」중)하거나 하는것이다.
적어도 대중문화에 나타난 바로는 아직까지 전자를 택하는 신세대 여자들이 많다. 「결혼 이야기」 「그 여자 그 남자」 「아래층 여자 위층 남자」등 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해피 엔딩이 그렇고 자신을 찾고자 발버둥치던 「가슴달린 남자」도 결국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는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어느 것을 선택하든 신세대 여자들은 『결정은 내가 한다』고 생각하며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다짐한다는것이다. 이 점이야말로 이전 세대들과 신세대 여자를 가장 뚜렷하게 구분짓는 특징인 동시에 일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나 다 잘해내고 싶다는 이들의 의식을 드러내는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로선 이들이 안고있는 강약 딜레마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도 하다.【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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