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 해외유학파(21세기의 주역/세계의 젊은이들: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 해외유학파(21세기의 주역/세계의 젊은이들:4)

입력
1994.02.05 00:00
0 0

◎개혁·개방 이끄는 첨병/「미래의 인재」 경제·과학 각분야 맹위/“조국서 성취감 얻겠다” 귀국률도 갈수록 높아져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끌고 있는것은 해외유학파이고 중국의 미래도 이들에게 달려있다』

 이 말은 과장된 표현인지도 모른다. 모택동전국가주석, 주용기부총리등을 예로 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펴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해외유학파가 중국의 근대화과정에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중국국가교육위원회에 의해 지난해 「21세기 우수인재」의 한 명으로 선정된 북경대 화학과의 유충범 교수(31)는 돌아온 유학생(회국유학생)그룹의 대표적 인물이다. 84년 10월에 일본에 건너가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교수는 일본에 남으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해 6월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학위취득후 일본연구소에서 받던 월급의 하루분에도 못미치는 적은 월급에다 결코 흡족하다고 할 수 없는 연구환경이지만 보람을 갖고 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유교수가 현재 15명의 연구원과 함께 역점을 두고 연구하는 분야는 컴퓨터의 광메모리 분야. 컴퓨터의 정보저장 기능을 현재보다 1만배가량 확대시키는 것이 주요목표다. 그는 이 분야에서 일본 미국등과 어깨를 겨룰만하다고 자신에 차있다.

 학자로서 연구환경이 좋은 일본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유혹을 어떻게 물리쳤냐는 질문에 『일본의 지도교수는 과학자가 일생중 가장 업적을 낼 수 있는 시기는 20∼30대라며 환경좋은 일본에 남을것을 권유했지만 오히려 그 이유때문에 귀국을 서둘렀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조국에서 과학자로 성취감을 얻겠다는 「소박한 애국심』이 발동했다는 것이다. 

 유교수는 연구환경이 일본에는 못미치지만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의도대로 연구할 수 있는등 일본에서 누릴 수 없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광메모리분야가 중국의 국책연구과제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분야뿐만 아니라 인문과학분야에 있어서도 유학생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특히 경제분야의 유학파는 중국의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한국산업개발원」(KDI)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의 위가녕연구원(35)은 현재 주용기부총리가 인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의 이론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초 금융분야에서 거시적 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정책건의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그해 7월부터 시작된 굉관조공정책에 반영됐다. 일본유학생 출신인 그는 지난 88년 바다를 건너가 「아시아 경제연구소」에서 1년,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에서 1년, 그리고 흥업은행 부설연구소에서 1년을 수학했다.

 정책건의를 주요 업무로 하는 「발전연구중심」의 역할에 맞게 유학프로그램이 실무적으로 짜여진것이다. 「발전연구중심」의 금융부문에서 위연구원의 위치는 허리부분에 해당된다. 그러나 윗사람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방향을 지시하는데 그치고 구체적인 정책안 제시는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고 은근한 자랑이다. 인민대학 경제학부를 83년에 졸업한 그 역시 대학에서 배웠던 내용은 현재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학파의 활약이 크고 또 이들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는것은 지난해 「21세기의 우수인재」로 선정된 45명중 반수를 넘는 23명이 해외유학생출신이라는 사실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85년 중국에서 박사(POST―DOCTOR)제도가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2천명의 박사가 배출됐는데 이중 20%이상이 해외유학파다.

 돌아온 유학생들이 주로 대학과 연구소에만 머물러 있을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발전연구중심」에서는 많은 수의 해외유학파가 하해(정부가 지정한 직장을 버리고 일반 사회로 나가는것을 지칭함)하여 경제특구인 심천등에서 젊은 총경리(사장)등으로 활약하고 있다는것이 위연구원의 귀띔이다. 심천특구는 최근 88년 10월부터 유학생출신을 모셔오기 시작한 이래 현재 특구의 각분야에서 활약중인 석박사급이상의 유학생출신이 모두 2백여명에 달한다. 또한 지방의 말단행정을 개혁하겠다고 절강성 태주의 현장으로 자청하여 내려간 뉴욕주립대 MBA출신도 있다.

 티셔츠와 농구화차림, 빗질하지 않은 머리와 수염을 기르는등 옷차림과 외모에서도 눈에 「튀는」 이들 유학생출신들의 활약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것이며 21세기의 주역이 되리라는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북경=유동희특파원】

◎국가교육위 동송수씨/공비·자비 나눠 파견… 경쟁 2대1선/대상지 백여개… 미·유럽·일등에 집중

 국가교육위원회 유학생사 정책연구처의 동송수씨(30)는 중국의 유학생파견정책은 개혁·개방정책의 한부분으로 경제 및 과학기술의 발전요구와 중국식 사회주의 요구에 맞게 앞으로 계속 추진될것이라고 밝혔다.

 동송수씨에 따르면 중국의 유학생은 크게 공비유학생과 자비유학생으로 나뉘며 공비유학생은 또 국비유학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학비를 부담하는 유학생 정부간의 문화교류 협정에 따른 유학생등 세부류로 나뉜다.

 유학대상국은 1백여개국가에 이르고 있으나 미국 30%, 영국·프랑스·독일등 유럽이 30%, 일본이 15%를 차지하는등 선진국가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어학 연수생은 구소련·호주·일본등을 선호하고 있다.

 국비유학생의 선발은 해마다 파견규모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을 각 지방과 각급단위에 내려 보낸뒤 추천을 받아 심사를 거쳐 이뤄진다. 외국어능력과 해당 분야에서의 연구성과외에 유학할 필요가 있는 분야인지가 주요 고려사항이다. 경쟁률은 추천단계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에 2대1정도.

 올해의 공비유학생 파견규모는 8천∼9천명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사회주의시장 경제추진에 따라 국제금융 국제법 국제회계등이 올해부터 추가됐다. 최근들어 자비유학생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데 올해는 5천∼6천명 정도이다.

 유학생의 귀국률은 공비의 경우는 80%에 달하나 자비의 경우는 4%에 불과하다. 동송수씨는 중국의 유학정책은 「유학가는 것을 지지하며 유학생들이 조국으로 돌아와 공헌하는것을 권장하지만 유학대상국에 그대로 머무르며 활동하는것도 반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