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왜곡” 유가족 항의에 공윤심의 진통/박씨종친회 등 3단체 상영금지 청원도/신 감독 “삭제나 수정 받아들일수 없다” 강경입장 김형욱 전중앙정보부장의 실종사건을 모티브로 3공의 정치상황을 다룬 영화「증발」(신상옥감독)의 국내개봉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연윤리위원회가 지난달 말 열린 영화위 심의에서 상영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7일 전체윤리위원회를 열어 합격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하는등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민족중흥회등 박정희전대통령추모 3개단체가 사실왜곡등을 문제삼아 상영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증발」은 군사쿠데타 주체세력으로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전직국가보안부장관 박진욱이 실세에 밀려 미국으로 쫓겨난 후 정권의 부도덕성과 인권탄압을 고발하는 자서전을 쓰는등 반체제운동에 앞장서다 대통령에게 사살되고 대통령 역시 부하에게 시해당한다는 내용. 국가기관 및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가명으로 쓰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5·16에서 10·26까지 3공의 권력핵심부를 다루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공륜이 심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것은 「증발」이 3공의 사건중 상당부분을 당시의 루머에 의존했다는 지적과 등장인물의 명예를 훼손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제작사실이 알려지자 3공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족중흥회와 재단법인 5·16민족상, 고령박씨 종친회인 박씨대종회등 3개단체는 문화체육부에 낸 청원서에서 『「증발」이 등장인물들을 가명으로 하고 있으나 사실을 왜곡, 당사자와 국가기관을 모독하고 있다』며 상영을 금지시킬것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전국가보안부장관을 납치, 직접 사살하는 대목 ▲대통령과 정인숙의 관계 ▲대통령 서거후 시민들이 시청 앞에서 만세를 부르는 장면등이 사실과 위배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민족중흥회 이영근부회장 (전유정회 원내총무)은『이 영화가 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루머를 토대로 전직국가원수와 국가기관을 모독하고 있다』며 「증발」의 상영은 일종의 국가사회질서 문란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상옥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는 독재정권이 개인의 삶에 끼치는 해악을 그리는것』이라며 박전대통령과 3공이 소재가 되기는 했지만 고인이나 유족 그리고 국가기관을 모독할 의사는 조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감독은 또「계엄령」「로메로」등 외국의 독재정권을 고발한 영화들이 자유롭게 상영되고 있으며 TV에서도 3공등 지난 정권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영화만 문제되고 있는 점은 이해할수 없다고 항변했다.신감독은 「증발」에 대한 삭제나 수정등은 받아들일수 없다며 공륜심의에서 상영불가처분을 받을 경우 외국에서 상영, 작품성과 작품의도를 인정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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