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외교 차질·F16 이미지실추 우려/외무부 “「페리문서」압력용 판단땐 상응조치”▷국방부◁
윌리엄 페리미국방부장관이 「무기구매압력문서」를 이병태장관에게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는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미군사외교의 차질과 F16전투기의 이미지 실추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안병길국방부제2차관보는 4일 『이런 사소한 문제로 미국과 사이가 벌어지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페리 신임국방장관이 이번 보도로 곤경에 빠질 수도 있으며 그런 상황은 우리에게 결코 이로울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방부의 반응은 페리의 서한이 「압력」이 아니라 「조언」이라는 판단에서 나온것이다. 국방부는 미국이 의회와 행정부간의 「알력」으로 당초 계약대로 해외군수물자판매(FMS)방식으로 「전투기자체보호 교란기」(ASPJ)를 판매하기 어렵게 되자 상용판매(CS)방식으로 구입해 줄것을 우리측에 요청했다는 시각이다.
안차관보는 『ASPJ는 항공기 전자장비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일부 성능미충족사항이 드러나긴 했으나 우수장비임에는 틀림이 없다』며 『그러나 그점 때문에 차세대 전투기 전체에 문제가 있는것처럼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몇가지 성능에서 미해군이 만족하지 않을 뿐 불량장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ASPJ판매를 FMS방식에서 CS방식으로 바꾸려한 의도와 경위는 여전히 석연치 않다.
정부차원의 유상판매인 FMS방식에도 군수산업복합체의 압력이 있을 수 있으나 CS방식의 경우에 무기중개상이나 제조회사·의회등의 로비가 더 크다는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국방부는 올해말까지의 미군의 시험운용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으나 99년까지 계속될 차세대 전투기 사업추진과정에서 ASPJ의 도입은 당연한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미국의 제안에 관계없이 FMS방식에 의한 구매를 고수하겠다고 확언했다. 수리부품등 후속지원등에 FMS방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페리의 서한이 「압력」이 아니라 「조언」이 될지는 앞으로 ASPJ의 구매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청와대·외무부◁
청와대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조기배치 계획이 미국의 구형무기 판매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터에 또 다시 이 문제가 터지자 난처해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전자교란장치 구입이 계약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기적으로 요청해온것은 계약위반시의 배상을 염두에 둔것』이라며 『당시 페리부장관이 보낸 문서도 이 장치가 끝내 미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해 계약이행이 어려울 경우 「상업베이스 구입은 가능하다고 사전에 밝혔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한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상업통로를 통해 교란장치를 구입토록 압력을 가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자국정부의 성능시험에서 승인을 얻지 못한 전자교란장치를 한국이 상업베이스로라도 구입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이해하겠다는 뜻을 밝힌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측에 대해 F16 구매계약대로 정부간 구매가 이루어지도록 몇차례 확인해왔을뿐 상업베이스에 의한 구매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무부당국자는 『외무부는 「페리문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 『만일 우리 정부가 이 문서를 압력용으로 판단한다면 외무부는 이에 상응하는 외교조치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페리국방장관이 4일 미상원인준청문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것으로 봐서 미국내에서는 이를 「불법적인 압력용문서」로 보고있지 않는것같다』며 『외무부로서는 일단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정병진·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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