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유학생 김운학씨 삼성서 본격근무/두체제서 산업공학·경영학 섭렵 “세계로 뛴다” 자유를 찾아 「따뜻한 남쪽나라」로 온 북한 청년이 재벌기업에 취직, 세계를 무대로 뛰는 자본주의 최일선의 직업인이 됐다.
새해들면서부터 삼성물산에서 근무를 시작한 김운학씨(29)는 89년 5월 폴란드 유학중 영국을 거쳐 귀순한 북한유학생 출신. 28일 평균 3.0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다.
함남 풍산출신인 김씨는 85년 평양 김책공대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던 북한의 최고 엘리트청년이었다.
귀순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것은 자본주의경제의 속성을 빨리 파악해 한국사회에 쉽게 적응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미팅에서 만난 26세의 아가씨와 지난해 3월 결혼해 생활의 안정을 찾은 그는 7월에는 삼성물산 입사전형(특차)에 합격했다. 93년은 「신나는 일」들이 겹친 해였다.
그는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대해 『낯선사회에 갑자기 끼여든 이방인이란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인 날도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학생들이 교수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하면서 공부하는 한국의 대학이 무척 인상깊었다. 그러나 「오렌지족」처럼 일부 학생들이 공부보다 향락에 빠져있는 세태에 대해서는 『지나친 자유가 도덕성의 타락을 가져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귀순하기 전 러시아어 폴란드어를 완전히 익힌 김씨가 연세대 재학중 영어서클에 들어 부족하던 영어를 마스터한 실력파라는 것은 교수 학생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두 체제에서 산업공학과 경영학을 모두 공부한 특이한 경험이 기업경영과 공장업무 전반을 두루 파악하는데 힘이 될것』이라면서 누구 못지 않은 우수한 무역상사맨이 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달 26박 27일동안 그와 연수생활을 했던 삼성의 입사동기들은 『최고의 무역맨이 될 자질이 있다』고 평하고 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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