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빙원의 식사(허영호공격대장 탐험기/남극점에 서다:6)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빙원의 식사(허영호공격대장 탐험기/남극점에 서다:6)

입력
1994.02.04 00:00
0 0

◎점심은 영양많고 간편한 「꿀꿀이죽」으로/보온병에 건조식품넣고 행군 “절로 조리”/탐험땐 칼로리높고 가벼운 식량 필수적 12월 12일. 밤새도록 바람이 텐트를 두드린다. 어제 저녁때 눈을 녹여 만들어둔 물이 얼음이 돼버렸다. 이번 탐험에서 처음 언 것으로 보아 밖의 기온이 꽤 내려간 모양이다. 상오 7시 출발. 영하 17도에 바람은 초속 10. 20여분도 지나지 않아 온몸에 땀이 난다. 윈드 재킷에 달린 지퍼와 바지의 양쪽 지퍼를 내려 온도조절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군이 끝난후 옷에 성에나 얼음이 가득 찬다. 손과 볼이 시리다. 장갑을 벗고 손가락을 30분이상 주무르며 걸어야 겨우 손이 따뜻해진다. 그러나 이 동안에는 양손에 스키 폴을 사용할 수 없어 어기적거리며 썰매를 끌어야 한다. 오늘은 남위 83도를 넘는 날, 기다리던 위스키를 한 잔 할 수 있겠다. 날씨와 빙원의 상태는 좋다. 이제 전체 구간의 3분의 1정도를 걸은 것 같다.

 북극과 남극을 비교해 보면 북극은 출발지점 워드헌트섬에서 극점까지 7백67, 남극은 출발지점인 패트리어트 힐에서 극점까지 직선거리로 1천1백정도 된다. 남극탐험이 약 3백이상 더 길다. 그러나 지리학상의 수치가 그럴뿐 우리처럼 일직선으로 행군할 수 없는 경우 1천4백정도를 걸어야만 겨우 극점에 도달할 수 있다. 

 12월 13일. 오늘도 영하 17도. 바람은 다행히 약한 편이라 행군하기에 아주 좋다. 잠시 휴식할 때 이번 탐험에 도움을 주신 후원사들의 깃발을 꺼내 하나씩 사진을 찍었다. 저녁식사후 팬티와 양말을 새것으로 바꾸었다.

 12월 15일. 어제와 달리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온다. 재춘이는 손이 시리다고 불만이 많다. 혼자서 유난히 혈액순환이 안돼 고생을 한다. 두꺼운 장갑을 두개나 끼어도 손이 시리다고 한다. 저녁 6시에는 몸이 불편하다며 그만 쉬었으면 하는 눈치다. 어쩔 수 없이 행군을 멈추고 텐트를 친뒤 베이스 캠프와 교신하기 위해 안테나를 설치하는데 연결부분 코드가 망가졌다. 텐트 안에서 수선해 다시 설치했다. 나는 전체일정에 맞춰 식량을 다시 계산했다. 내일 아침부터 한끼당 두 컵을 추가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 남극점까지 도달하기까지 6일분 식량이 없어지게 된다. 많이 먹으면 많이 걷게 될까. 운동량은 많고 식사량은 적으니 배가 고프겠지.

 탐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식량이다. 탐험식은 칼로리가 높아야 하고 무게는 가벼워야 된다. 식단은 하루 세끼분을 포함 네 가지로 짜여졌다. 아침은 알파미와 찹쌀로 알파미의 쌀무게는 끼당 6백. 건조식품으로는 우거지와 김치 그리고 동결쇠고기, 버터 6백 기타 대구매운탕 해물탕 배추된장국등이 있다. 점심은 텐트를 나서기전 보온병 1·5리터 3개와 1리터 2개에 알파미와 동결 건조식품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다. 행군하다가 상오11시께 먹을 때는 꿀꿀이죽같이 돼있어 마시기만 하면 된다. 상·하오 중간에는 비스킷 한봉과 초콜릿 6개씩을 보온병에 담아온 차와 함께 간식으로 먹는다.

 좋은 식단과 간식을 만들려고 탐험을 떠나기 2년전부터 여러 식품·제과회사를 찾아 다녔지만 헛걸음만 했다. 충분히 식량을 만들 수 있고 좋은 식량이 있는데도 절차상 시간이 많이 걸려 안된다고 하거나 이 부서 저 부서로 서로 미루기만 해 실망이 컸다. 체면불고하고 충주에 있는 동창 임병진을 찾아가 말했더니 극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제 비스킷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 먹어본 결과 대원들 모두 점심때 죽 먹은 것보다 비스킷이 더 든든하다고 했다. 친구에게 다시 고마움을 표한다. 이번 탐험에서 식량의 총 무게는 무려 2백40㎏. 가능한한 쓰레기가 안 생기도록 재포장을 해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