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 “고지선점 위한 제스처” 분석/“차라리 안보리 상대” 북강경 시각도 미국과 북한간의 핵협상은 칼날 위에 서있는것인가. 아니면 보다 더 나은 카드를 집어들기 위한 신경전인가. 막바지 국면의 단순한 줄다리기인가.
최근 미국과 북한은 상당히 「극단적」인 성명전을 전개해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의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 유보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국무부대변인실 논평을 통해 『핵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이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수밖에 없다』고 맞받아쳤다. 여기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21일의 정기이사회가 북핵관련 마지막 국제적 시한일것』이라고 못박고 나섰다.
이어 미상원은 『북한이 핵사찰을 계속 거부한다면 3월중에 팀스피리트훈련을 실시하고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해 클린턴대통령에게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또 페리미국방장관지명자는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유엔안보리에 이 문제를 넘겨버리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다시 북한은 평양방송을 통해 『미북3단계고위급회담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해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한승수주미대사는 3일 『미국과 북한간에는 핵사찰을 위한 기술적인 협상문제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대사는 이어 『미국과 북한간에는 지난 1년간의 막후협상에서 모든 원칙에 실질적인 의견조율을 마무리 지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성명전이라는 것이다.
한대사의 이같은 설명은 우리정부의 공개적인 분석과도 일치하는것이다. 즉 현재 미국과 북한은 3단계고위급회담까지 이르는 원칙론적인 「타임스케줄」에 상당한 공감대를 갖고 있으며 다만 이를 가시화해가는 과정에서 조금더 유리한 입지를 따내기 위한 협상용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김정일에로의 권력이양을 앞두고 내부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전술의 색채까지 내포하고 있다는것이다.
반면 미국과 북한, 여기에다 IAEA까지 가세된 최근의 성명전을 「협상결렬의 위기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우선 미국내의 국방부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론의 진원지는 물론, 현실적으로 『그동안의 미북협상에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은것은 「팀스피리트훈련의 일시중단 고려」라는 언질을 받은것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는것이다.
북한이 따라서 그동안 미국과 합의된것 이상의 과실을 새롭계 따내기 위해 실질적인 버팀수를 내놓았다는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약속」대로 IAEA와 핵사찰협상을 진행했으나 IAEA가 더 많은 사찰을 요구함에 따라 그럴바에는 차라리 IAEA보다 유엔안보리를 상대하겠다는 계산일수 있다는것이다. 이는 중국이 최근 유엔의 대북제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으며,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한중수교 이전의 「혈맹관계」로 회귀하고 있다는 사실이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문제가 유엔으로 넘어가더라도 안보리의 제재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것이며 그동안에도 미국과의 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