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열정, 낭만과 반항이 서구의 젊은이들을 지배하던 60년대 중반 많은 록그룹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적나라했던 그룹이 바로 도어스다. 이들은 광기와 환각을 바탕으로 음악에 시와 연극요소를 도입했으며 음반보다는 무대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노래했다. 도어스의 데뷔앨범 「더 도어스」(67년)는 이들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고 있는 작품이다. 녹아들 듯한 몽롱함과 끓어넘치는 열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성과 죽음을 표현한 시적인 노랫말, 사이키델릭한 연주는 독특하기 이를 데없다.
이 앨범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리더인 짐 모리슨의 보컬이다. 그의 목소리는 강약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듣는 이의 감정을 자유로이 지배한다. 「더 크리스털 십」이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표현한 11분짜리 대곡 「디 앤드」 (이 곡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삽입됐다)에서는 나직이 읊조리다가도 「브레이크 온 스루」에서는 잡아먹을듯이 밀어닥친다. 흡사 맹수가 먹이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설 때의 위협과 그물에 사로잡힌 뒤 몸부림칠 때의 절규를 동시에 보는듯 하다.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레이 만자렉의 오르간이다. 이들의 가장 대중적인 히트곡인 「라잇 마이 파이어」의 도입부에서 처럼 구르는듯 하면서도 묘한 서글픔을 담고 있는 그의 연주는 도어스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보비 크리거(기타)와 존 덴스모어(드럼)의 연주가 짐 모리슨과 레이 만자렉의 빠르고 즉흥적인 부분을 든든히 뒷받침해주었던 것은 물론이다.
도어스는 모든 기존질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원했던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이었다. 때문에 항상 현실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절망에 몸부림쳐야 했으며 71년 짐 모리슨의 죽음을 계기로 록의 역사에만 기록되게 됐다. 그러나 도어스는 해산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짧았던 만큼 강렬한 흡인력으로 지금도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자유욕구를 지닌 수많은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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