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차원 공동대응 모색/“춘투와 맞물릴땐 정국 예측불허” 우려 1일 서울에서 벌어진 농민 및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정가에 강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야간에 이 사건의 원인과 성격을 보는 시각은 상당히 다른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위가 가져올 사태의 심각성에는 여야가 우려를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루과이라운드협상타결을 전후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쌀시장개방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빈발했지만 시위의 강도나 규모면에서 이번 시위는 차원이 다르다. 문민정부출범이후 가장 격렬했다는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 시위는 농민들의 자포자기와 분노가 상상 외로 심각하다는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이같은 농민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져 3, 4월의 노사분규와 맞물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빠져들것이라는 우려가 정가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것이다.
그동안 UR협상이 농촌에 가져올 사태를 우려해온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한층 더 하다. 2일의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당간부들은 사태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시하고 정치권에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어제 시위를 지켜보고 사태가 보통 심각하지 않다는것을 느꼈다』면서 『앞으로 정국이 어떤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덕규 사무총장은 『이번 시위는 올해 정국이 심상치 않으리라는 신호』라면서 『농민시위에 이어 춘투가 이어지면 국면이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총장은 『정부·여당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고 강압일변도로 나갈 때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될것』이라고 지적하고 『정치권이 긴장하고 각성해서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식총무도 같은 목소리였다. 김총무는 『어제 시위에서 봤듯이 농민들은 생존의 문제를 걸고 나서고 있다』면서 『이 절박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총무는 『여야를 막론하고 농촌출신의원들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져 있고 여당도 당내 분위기로 봐서 UR비준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일칠 수는 없을것』이라면서 여야를 떠나 국회차원에서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자당은 시위사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민주당과는 다른 입장을 나타내 농민시위에 대한 정치권의 효율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민자당은 2일 『전날의 대규모 시위는 야당이 부추겼다』며 민주당측을 몰아세우고 있다. 김종필대표는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며 『야당의 선동행위는 세계의 흐름을 모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손학규 부대변인도 『수권정당을 자처하는 이기택 민주당대표가 농민단체들을 선동해 폭력시위로 발전시키는데 앞장섰다』고 민주당의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민자당 역시 최근 몇몇 소속의원이 UR협정의 국회비준 반대서명에 참여하는등 내부동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것이 사실이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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