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화합조치에 새 의욕/규제완화도 예상밖 파격적… 본격해빙기 기대 재계에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재계 일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응어리들이 최근들어 하나씩 하나씩 풀리면서 웅크렸던 가슴을 활짝 펴는 모습이다. 올들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훈풍의 진원지다. 재계는 이를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재계 끌어안기」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의욕들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4년여를 이끌어온 우지사건의 종결 ▲현대그룹에 대한 경제제재의 부분적인 해제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의 석방등을 정부의 재계 끌어안기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김영삼대통령이 30대그룹 총수들을 일괄 면담한 것도 재계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화합조치」로 풀이했다.
서울민사지방법원은 우지사건으로 제소된 개인은 집행유예, 삼양라면등 기업은 벌금선고유예라는 판결로 죄를 인정하면서도 기업인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배려를 했다. 재계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이들에게 다시 한번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점을 「경제우선」의 정책의지로 읽고 있다. 한화그룹 김회장의 집행유예를 통한 석방이나 현대자동차의 말레이시아 합작공장투자건을 승인한 한국은행의 최근 결정들도 맺혔던 응어리들을 풀어가는 과정의 하나로 분석했다. 청와대를 주축으로 한 각종 행정규제완화와 지난달 28일 홍재형재무장관이 밝힌 현지금융한도 폐지, 재무부의 수출선수금한도 확대, 상공부의 수출입자격요건 완화등은 그동안 재계가 꾸준히 요청해온 사안들이지만 폭과 속도면에서 기대이상이라는 반응들이다.
재계는 행정·사법부는 물론 각 행정주체들이 나서서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경제활성화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고 국민적인 화합과 동참을 이끌어 낸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에 깔고 있는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과거를 매듭짓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큰 정치」로 해석하고 있는것이다.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해빙기를 맞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재계는 이같은 정부방침의 큰 틀 안에서 현대그룹을 비롯한 나머지 매듭들도 곧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국내 전체수출의 10%이상(93년 84억달러로 전체수출의 10.2%)을 차지하고 있고 정부예산규모를 넘는 매출(93년 48조)과 국민총생산(GNP)의 2%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현대그룹에 대한 정부의 제재는 계열4개사의 주식장외등록 보류, 산업은행의 설비자금지원 배제, 해외투자등 각종 정부승인사항의 보류등이다. 이중 현대자동차의 말레이시아 공장건설과 미맥스터사 매입을 위한 합작투자건은 최근 한은의 허가가 떨어졌고 2∼3건의 해외투자신청이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돼있다. 현대그룹은 또 산업은행에 올해 설비투자 지원금으로 수천억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이 요청한 설비자금에 대해 산은은 90년 1천3백98억원, 91년 2천4백98억원을 배정했으나 92년 6천5백억원, 93년 8천3백20억원의 요청자금에 대해서는 일절 승인하지 않았었다. 재계는 최근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대현대 제재를 해제할것임을 시사한 사실을 재계에 해빙기가 본격 도래할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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