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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농촌의 정서(문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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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농촌의 정서(문학살롱)

입력
199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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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시집 「생각만 들어도…」/정인관시집 「물레야 물레야」/추억 곱십기 아닌 삶의 모습 잔잔하게/농기구에 녹아있는 고향 이미지 노래 도시적 삶이 일반화된 시대에 농촌의 정서, 대지에서 우러나오는 미학은 자칫 회고조의 한탄에 머무르기 쉽다. 아릿한 기억 속에 땅을 일구는 고향을 배경으로 추억을 되십는 작품이 많은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일 터이다.

 첫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여름」 (실천문학사간)을 내는 정윤천씨(34)와 농기구를 소재로 한 시집 「물레야 물레야」 (혜화당간)의 정인관씨(50)는 추억 속의 고향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서의 고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전남 화순 태생인 정윤천씨는 농사꾼도 농민운동가도 아닌 고향 보건소의 홍보담당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젊은 시인이다. 광주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지방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91년 「실천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중앙문단에 이름을 냈지만 아직은 낯선 편이다.

 <키 높은 미루나무 들길 꾸불텅 지나  석정리 큰 고모네 처음 갔을 때  고모는 살가운 마음 주름진 눈매에도 어려  그날따라 닷새장, 해어름 파장터에서 당신의 속마음 닮은 두툼한 털실 스웨타 한 벌  말없이 내게 사 입혀 주시더니 …  어언 나는 서른녁, 그날의 고숙을 닮은  고단한 월급쟁이 행색  심심찮게 읍면 구석에 출장 나댕겨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오늘은 춘양면 간다>  (「춘양행」중에서)는 시에서 보듯 그는 과거를 회상하고 있지만, 현재의 삶 속에 녹아있는 과거이며, 그 자신의 삶이기도 하다. 

 그는 『내 시는 농촌시라기 보다는 고향의 이야기이다. 시인으로서 시의 영원성을 생각하게 된다. 목소리 높은 이념보다는 고향의 이야기를 절실하게 하는 것이 더 오래 남을 것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네의 사고뭉치 재응이, 시젯날의 늙은 당숙, 마당가의 붉은 대추알등 아직도 농민의 정서 안에,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추억의 흐름을 찬찬하게 짚고 있는 시들을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인관씨는 농기구시라는 부제에서 보이듯 농촌의 이미지를 재생해보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구유·도끼·코뚜레·가마솥등 농가에서 흔히 쓰는 기구들을 소재로 고향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으스름한 초승달빛 처마 끝에 달랑 걸터 앉아 을시년스럽게 깊은 밤 대나무 밭 까치 웃음소리 그 소리 아래 집모퉁이 뒤안 길 달빛 여물고 오늘도 손이 불어트도록 덜커덩 쿵 덜커덩 쿵 …>  (「동서끼리 절굿대 마주잡고-절구」중에서)

 중학교 국어교사인 그는 첫 시집 「다듬이 소리」에서 농촌의 의식주를 시로 표현한 바 있다. 

 「왜 농촌시인가」라는 물음에 그는 『농촌 출신이고, 부모님이 아직도 농촌에 살아계시며, 농촌이 가장 가까운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굳이 농촌시를 고집한다기 보다 자연시, 자연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를 쓰고 싶다고도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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