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정의 시작(남극점에 서다: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정의 시작(남극점에 서다:2)

입력
1994.01.31 00:00
0 0

◎“생존의 기쁨 맛보려 인간한계에 도전”/하오 8시30분 망망 백색빙원에 첫발/썰매에 65일분 식량싣고 미지 세계로 살아 있다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인간한계에 도전한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알지 못하는 세계를 두려워 하면서도 하나씩 하나씩 도전해 나간다. 인간은 극지에 대해 수많은 도전과 모험을 시도하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 왔다.

 역사상 중요한 탐험은 거의 20세기초에 이루어졌다. 그 이후 인간한계를 극복대상으로 하는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보다 더 학술적이고 진취적인 방식으로 탐험과 도전이 이루어져 왔다.

 남극대륙은 대체로 표고 2천, 지형에 따라 4천가 넘는 얼음도 있다. 망망하고 끝없는 빙원, 수평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백색 빙원이다.

 93년 11월25일(현지시간·이하 같음). 동경해왔던 남극대륙정복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를 떠나는 날이다. 앞으로 고생이 많을것 같다. 샤워도 못할테고 이제부터는 면도를 안해도 된다. 모든것을 하나하나 머리 속으로 점검해 본다.

 낮 12시께 ANI사(남극대륙 수송전문회사)의 미니버스가 대원들을 싣고 공항으로 나갔다. 하오 4시께 비행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허큘리스 수송기에 몸을 실었다. 고도는 2만4천피트. 창밖을 내다보아도 푹신푹신한 구름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오 8시께, 남극대륙이 보인다. 바다는 시커먼 색이고 하얀 얼음이 몇개씩 보인다. 저 멀리 구름에 가려 정상부만 보이는 이름 모를 봉우리들도 많다.

 하오 8시30분 남위 80도 18분4초, 서경 81도 20분55초 패트리어트 힐의 청빙위에 내려앉는다. 남극 땅에 첫발을 딛는 순간이다. 너무 미끄럽다.

 『조심해』가 첫 마디였다. 허큘리스기에서 짐을 내려 베이스 캠프로 옮긴 뒤 눈삽으로 눈을 파내어 정지작업을 하고는 텐트 두 채를 단단히 쳤다. 우리의 탐험이 끝날 때까지 잘 버티고 있어야 하는 곳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이제 잠을 자야지.

 11월 26일. 하오에 ANI사의 식당 천막에 갔더니 6마일 떨어진 곳에 허큘리스기 한 대가 착륙하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타고 있던 외국인들은 팔 다리가 부러지고 비행기는 박살났다는것이다.

 11월 27일. 아침식사후 모든 짐을 썰매에 싣고 실제훈련을 4시간동안 했다. 고인경단장님(51)은 오늘 허큘리스기를 타고 푼타 아레나스로 나가신다고 한다. 대원들을 모아 놓고 손을 잡으면서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기도를 해주신다. 

고단장님이 타고 가실 비행기는 사고가 난 환자와 개, 개썰매등을 수송하기 위해 온 특별기이다. 강한 자외선과 바람, 추위때문에 피부가 따갑고 아프다.

 11월28일. 상오에 다시 썰매와 짐을 점검하고 ANI사와 우리들 탐험대의 무선통신 방법을 정했다. 무선교신은 이틀에 한번씩 짝숫날 하오 9시에 시도하고 상태가 나쁠 경우 다른 채널로 5분, 그래도 상태가 나쁘면 또 다른 채널로 10분간 하기로 했다. 첫번째 채널은 4520㎒, 둘째는 5026㎒, 마지막이 8992㎒이다.

 이제는 패트리어트 힐을 떠날 시간.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벨트를 차고 하오 2시에 기념사진을 찍은 뒤 베이스 캠프를 지킬 정길순대원(40), 윤평구기자와 외국인들의 환송을 받으며 대장정을 시작했다. 우리의 일차 전진방향은 패트리어트 힐에 있는 왼쪽 가장자리. 푸른 얼음이 계속되고 오르막이 나타나는 설원이다. 개인썰매의 무게는 식량, 장비, 연료를 포함해 1백20㎏이다. 연료는 하루에 휘발유 1ℓ를 쓰기로 하고 모두 70ℓ를 실었다. 식량은 65일 분을 실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