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 드라마 조연 가슴뿌듯”/6일간 교신두절땐 “혹시나” 애태워 이번 탐험대의 유일한 여성대원인 정길순씨(40)는 『비록 공격조로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베이스 캠프에 남아 우리 탐험대가 성공적으로 남극점 정복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일조해 뿌듯하다』고 밝혔다.
『미리 고인경단장님과 베이스 캠프에서 비행기로 극점에 도착, 허영호대장 일행을 기다리는 순간이었어요. 눈부시더군요. 그렇게 갈망하던 탐험의 목적지가 바로 여기인가 싶더군요. 황홀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격대원 4명을 드디어 남극점에서 만났을 때 햇볕에 화상을 입어 진물이 흐르는 그들의 얼굴에서 끝내 해내고 말았다는 성취감을 읽으며 정대원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탐험대가 길을 떠난지 33일째였어요. 이틀에 한번씩 하기로 약속됐던 정기 교신이 완전히 두절돼 6일간이나 대원들의 소식을 알 수 없었습니다. 대장정중 가장 곤혹스럽고 불안한 기간이었지요. 열흘간 연락이 끊기면 수색비행기를 뛰우기로 했던 약속이 생각나 여간 초조하지 않더군요』 연락두절은 엄청난 폭풍설 때문이었다. 당시 폭풍설은 탐험대의 진로도 방해했지만 베이스 캠프가 있는 패트리어트 힐의 정대원도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정대원은 개인 텐트에서 철수, ANI사의 대형 텐트로 피난을 해야 했다.
그러나 정대원은 탐험대원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우는 파트너였다. 탐험대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힘이 돼주었다.
『진정한 탐험가는 탐험과정에서 죽을 각오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대원은 질기고 강한 한국여성이다.
서울여상을 졸업하고 선경에 입사한 후 79년부터 선경여성산악회를 조직, 산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등반활동을 해왔다. 82년엔 한국여성 최초로 히말라야원정대를 조직, 원정대장으로 람중히말봉(6,986m)정복의 개가를 올렸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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