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노린 국내반입등 용도외유용 차단 숙제로 외환관련 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올초 홍재형재무부장관이 앞으로 5년내 외환관리법을 폐지한다는 각오로 외환규제를 대폭 풀어가겠다고 밝힌 이후 개인의 외화소지한도 폐지방침(5만달러 초과시에만 은행 등록), 종합상사등의 해외 부동산투자 자유화등 종전 시각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굵직굵직한 정책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홍장관이 28일 밝힌 현지금융의 한도폐지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외환관리법은 5년이 아니라 2∼3년이면 저절로 폐지될것 같다.
현지금융이란 해외에서 돈을 조달해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해외현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예컨대 건설회사가 해외에서 공사를 수주했을 경우 현지에서 돈을 빌려 공사자금으로 쓰는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일정한 제한이 있어 자금수요를 다 채우지 못했었다.
해외현지금융은 자금의 용도를 기준으로 ▲무역자금은 전년도 수출액의 50% ▲해외건설자금은 공사계약잔액의 50% ▲원양어업자금과 외항선운항자금은 전년도 입금실적의 50%로 각각 최고한도가 있었다. 이러한 제한때문에 어떤 기업이 해외에서 1억달러짜리 공사를 수주할 경우 5천만달러는 현지의 싼 저금리자금을 끌어다가 쓸 수 있었지만 나머지 5천만달러는 자기 자금이나 국내의 비싼 고금리자금을 써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했다. 몽땅 싼 자금을 쓰는 경쟁상대자인 외국기업과 절반만 싼 자금을 쓰는 국내기업과는 자금경쟁에서부터 한 수 지고 들어가는 셈이다. 수출기업이나 해외건설기업등 해외활동기업들이 기회만 닿으면 현지금융의 한도를 없애달라고 주장한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현지에서의 자금수요를 이유로 국제금융시장의 싼 자금을 조달, 현지에서 쓰지 않고 국내로 밀반입해올 것을 가장 우려, 제한을 풀지 않고 있었다.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국내로 들여오면 해당기업은 연 7%안팎의 국내외 금리차를 가만히 앉아서 벌게 되는 것이다. 이때문에 현재 50%인 현지금융조달 허용비율도 80년대에 불과 20%에서 출발했다가 30%, 40%를 거쳐 차차 늘어났다.
해외에 나가있는 국내기업의 지사및 현지법인은 3천5백여개. 이들은 2월말부터 실수요 한도안에서 현지의 싼 금융을 끌어다가 쓸 수 있게 된다. 지난해 9월말 국내기업의 현지금융 잔액은 1백86억달러로 매년 20억∼30억달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는 한도의 폐지로 종전보다 증가세가 2배 이상으로 높아져 매년 50억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재무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역 건설 해외투자 원양어업자금 일반관리비등 용도제한이 풀린 것은 아니다. 외환관리규정에 명시된 용도에 맞을때에만 현지금융 자체가 허용되며 일단 허용되면 실수요범위안에서는 전부 조달할 수 있다. 1억달러짜리 공사를 따면 1억달러는 현지금융으로 빌릴 수 있으나 2억∼3억달러까지 마구 늘려 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용도외 유용이다. 현지에서 쓰겠다고 빌려놓고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때문에 사전규제를 대폭 푸는만큼 사후관리는 한층 강화한다. 기업의 현지금융실적을 관리하는 국내의 지정은행들이 분기(3개월)마다 외환당국에 실태를 보고할때 용도외 유용이 적발될 경우 해당기업의 현지금융차입을 3개월 금지시키는 현재의 제재를 더욱 무겁게 고치기로 했다. 사후관리의 실효성이 이번 한도폐지정책의 성공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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