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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한 「금융자율」(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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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한 「금융자율」(사설)

입력
1994.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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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령자사건이 또다시 관련금융기관에 「대학살」을 몰아왔다. 서울신탁은행, 동화은행, 삼보신용금고등 관련금융기관들은 행장들과 사장등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임원 9명이 물러나고 전무등 9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홍재형재무장관의 시사대로 강도높은 문책인사다. 허한도 은행감독원부원장은 관련금융기관임원에 대한 징계내용을 밝히는 자리에서 『실명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강력히 처벌한다는것이 기본방침이다』라고 정부의 입장을 천명했다. 정부의 이번 강경응징에 대해 금융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치지 않은가』 『은행장이 어떻게 밑에서 한 일에 대해 일일이 책임을 지겠는가』라는등 상사·동료에 대한 동정론이 없지 않을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하는 정책적 과제와 장령자씨의 「반사회적」행위에 대한 국민의 정서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일 수도 있다.

 문제의 금융기관관련자들은 장씨에게 협력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태연히 위반했다. 죄의식이 없는것처럼 행동했다. 이들에게는 금융실명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일선창구책임자인 지점장과 출장소장들이 어떻게 그처럼 위반할 수 있을것인가.

 동화은행의 장근복 전삼성동출장소장은 장씨와 1백40억원상당의 CD(양도성 예금증서)거래를 하면서 실명확인을 하지 않았고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도 50억원상당의 CD를 장씨 관련자에게 발매하면서 역시 실명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한 삼보신용금고는 장씨와 거래하면서 차·도명을 이용했다. 동일인 여신한도(7억2천만원)도 초과했다. 상호신용금고들이 자주 위반하는 사항이다.

 사채업자들은 생리적으로 실명을 기피한다. 지금도 달라질 수 없는것이다.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것은 이번 사고가 금융기관 일선창구와 사채업자 사이에 지속되고 있을지 모르는 탈법적인 금융거래관행의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것이다. 금융실명제가 일단 실시된 이상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일대 경각심을 일으켜 줬을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선례로 봐 일과성으로 끝날것이 확실하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재 위반금융관계자에게만 5백만원이하의 벌과금을 물리게 돼있는 벌칙을 합리적으로 개정,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응징조치는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의 자율성」에 회의를 던져준다. 인사 및 경영의 자율화등 금융자율화의 진척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겠다. 금융의 자율화와 감독권은 분리돼야 한다. 인사의 자율화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관치금융의 탈출은 불가능하다. 이번 응징조치도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일방적인 강권방식보다는 법에 따라 징계권을 발동, 관련기관 스스로 법에 따라 결정토록 하는것이 문민정부에 보다 어울리는 방법이었을것이다. 2월은 금융기관의 주총시즌이다. 정부는 인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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