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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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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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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신문을 보면 장영자여인 사기사건에 대해 「고위층이 진노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얼마전 낙동강 수질오염으로 부산 경남 일대에서 식수파동이 났을 때에도 역시 대통령이 노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작년 가을 서해페리호참사 때에도 비슷했다.◆나라에 불행한 사건 사고가 터지면 대통령의 근심 걱정이 커지는것은 당연하다. 행정기관의 무사안일과 태만으로 빚어진 대형사고라면 화가 더욱 많이 날것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을 대할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일부러 흘려서인지 아니면 기자들이 취재해서 나온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고위층이 노했다」는 보도를 접하다 보니 어쩐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옛날 왕조시대나 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되돌아 보게도 한다. 절대 권력자의 가부장적인 통치방식이 문민시대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그런데 고위층의 진노는 확실히 효과가 대단하다. 우물쭈물하는 수사 당국자들을 다그치는 채찍이 되기도 하고 자리에 앉아 요령만 피우는 공무원들을 현장으로 내쫓는 불호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청와대의 반응부터 먼저 살핀다. ◆고위층의 눈치를 보는 버릇은 비단 공무원들에게만 있는게 아니다. 정치를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도 행정부에 못지않게 예민하다. 청와대에서 진노했다 하면 어쩔줄 몰라 쩔쩔매고 위에서 아무 말이 없으면 무얼 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잠잠하다. 권위주의시대와 똑같다. 오랜 세월 몸에 밴 타성 때문일까. 아니면 대통령의 인치스타일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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