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만 상승하는 “속빈 강정”/고객 예탁금 3조5천억… 올들어서만 1조늘어/“930선 시간문제” 예측… 주도주는 전망 엇갈려 종합주가지수가 4년만에 9백선을 회복했는데도 27일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결코 환영일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분통을 터뜨리는 투자자들이 많았고 증권사 직원들은 이런 투자자들의 정서때문인지 대놓고 환한 표정을 짓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 9백돌파는 투자자를 포함해 모든 증권관계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경사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무거운 이유는 이번 9백돌파가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속빈강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합주가지수는 괄목할 정도로 올랐건만 『이익을 봤다』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종합주가지수 9백은 당초 증권당국이 강력한 상승저지선을 펼쳤던 선이다.
이에 따라 상승기류를 타기시작한 주가와 9백선돌파는 막아야겠다는 당국의 주식시장안정화의지가 9백선을 놓고 숨막히는 공방전을 벌여왔다. 당국은 올초에 종합주가지수가 9백선에 근접하는등 「과열양상」을 빚자 증권시장안정기금(증안기금)을「동원」하고 지난 14일에는 기관투자자에 대한 위탁증거금징수와 대주제부활등을 골자로 한 증시안정대책을 마련하는등 강력한 안정책을 구사했었다.
27일 종합주가지수는 하루전보다 13포인트 급등하며 9백7을 기록, 단숨에 9백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9백을 돌파하긴 했어도 얼마간 조정국면을 겪은만큼 「과열」이란 우려는 일단 해소된 상태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급등한 직접적인 원인도 『당국이 당분간 추가안정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일부 언론보도, 즉 『이제 9백을 넘어도 「과열」이 아니다』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주식시장이 일련의 진정책을 「극복」, 9백선을 상향돌파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얼까. 한마디로 지난해 금융실명제이후 시중자금사정이 대단히 풍부한데 비해 마땅한 투자처는 없어 시중자금의 상당액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고객예탁금은 25일 현재 3조4천8백여억원이다. 올들어서만 1조1천4백여억원이 늘었다. 당국이 국민들의 위화감 조성이나 투기 심리조장을 우려할만한 속도로 늘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도 지난해말 8백66에서 9백7로 41포인트 올랐다. 이같은 지수는 90년1월이후 4년만에 최고수준이며 최근의 바닥치인 4백59에 비해서는 4백50포인트정도 높고 사상최고치에는 1백포인트차로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가가 비싼 일부 종목만 오르고 일반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당 2만원이하의 중·저가주는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떨어지는 「주가차별화」 또는 「주가양극화」현상이 심화됐기때문이다. 27일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급등했는데도 주가가 떨어진 종목수가 오른 종목의 두배나 됐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종합주가지수보다는 어떤 종목의 주가가 오를까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평론가 엄길청씨는 『은행등 그동안 상승세에서 「소외」됐던 중저가주로 매수세가 이동할 것이다. 종합주가지수는 9백50선까지 갈것 같다』고 분석한 반면 대신증권 김대송상무는 『9백20∼9백30이 일차 상승저지선이 될 것이다. 주도주는 아무래도 안전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대형우량주가 될것 같다』고 내다봤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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