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의 67%… 전년비 16%나 늘어/10개사중 9개사꼴 연 10종이하 책 발간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만들지 않은 「껍데기 출판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대한출판문화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집계된 무실적 출판사는 모두 5천5백37개사로 등록된 출판사 8천2백9개사(93년 10월말 현재)의 67.4%에 이른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7%가 늘어난 수치이다.
또 1년내 10종 이하의 책을 발간한 출판사는 7천5백70개사로 전체의 92.2%를 차지해 우리나라 출판사 10개사중 9개사는 이름만 걸어놓고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간 1백종 이상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는 모두 49개사로 전체출판사의 0.6%, 실적이 있는 출판사의 1.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한해 출판사당 연간 평균출판량은 3.9종에서 3.7종으로 떨어졌다.
이는 외형적으로는 세계10대 출판국으로 꼽히고 있는 우리나라 출판계의 실상을 보여주는것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출판문화를 그릇된 길로 나아가게도 만들고 있다.
무실적 출판사가 급증하기 시작한것은 87년 출판사 등록자유화조치 이후이다. 무실적 출판사의 비율이 84년에는 26.8%에 불과했으나 88년부터 절반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함량미달 출판사의 난립으로 파생되는 폐해는 심각하다. 출판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나 준비없이 출판계에 뛰어 든 이 출판사들은 흔히 처음 책을 만들 때 책값의 마진율을 낮추고 과대광고를 하는등 출판계의 질서를 흐려 놓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에 부담을 느껴 그 후로 무실적 출판사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이들이 만드는 책이 내용과 형식면에서 부실해 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을 뿐 아니라 출판계 전체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 이 무실적 출판사를 규제하는 법규는 없다. 그 규제가 옳은것이냐에 대한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출판개방을 앞두고 출판계 내부역량를 극대화시켜야 하는 시점이므로 자체 정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우리나라 출판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영세성이다. 함량미달의 출판사도 수준있는 출판사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과 사회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김철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