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넉넉한 전주가 전자부품사업” 설득/전사장도 사건 터지기 직전에 사실 알아 장영자씨는 자신의 신세를 진 은행지점장을 내세워 이 지점장에게 신세를 진 유평상사를 인수, 어음사기사건에 이용했다.
유평상사 전대표 K사장(54)은 지난해 10월 경영난으로 폐업하려던 만보기 제조회사인 유평상사를 전신탁은행 압구정동지점장 김칠성씨(55)의 알선으로 제3자에게 넘겼다. 인수자가 장씨란 사실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불과 며칠전에야 알았다. 공교롭게도 92년 10월 유평상사의 상호변경전 이름이 장여인이 소유한 대화산업과 같은 대화특산이었고, 감사로 돼있던 부인이 장씨여서 K사장은 더욱 오해를 받고 있다. 이때문에 은행감독원·거래처등을 비롯, 심지어는 친한 친구들로부터도 사건에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전화를 하루에도 10여통씩 받는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화특산은 K사장이 78년 건설자재수출과 중동근로자들을 상대로 우리음식을 수출하는 무역회사로 설립됐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회원으로 경실련신문창간호에 「청부」를 주제로 글을 쓰기도 했던 K사장은 87년 국산 만보기생산에 성공,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이 값싼 만보기를 개발하는 바람에 집을 파는등 88년부터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K사장은 당시 대부를 받는등 은행과 관련한 일에서 중동수출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김칠성씨의 도움을 받았으나 회생시키는데 실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폐업을 고려하던 K사장에게 김씨가 접근했다.『자금이 넉넉한 전주가 있는데 유평상사를 인수해 전자부품을 생산하고 싶어한다. 운영이 잘되면 다시 만보기도 생산, 수출할 예정이다』라는 김씨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회사를 넘겼다.
K사장은 『김씨가 오는 3∼4월께 명예퇴직할 예정이어서 퇴직후 생활대책을 생각하다 지점장시절 많은 예금고를 올려 주었던 장씨에게 말려 든 것 같다』고 말했다.【현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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