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가슴에서 토해내는 애절한 사랑노래/절망속 「생명의 소중함」 절절이 우리 사회 한쪽에서 불편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뇌성마비 고아 10명이 고통스런 육체 속에 간직된 맑은 목소리를 가다듬어 아름다운 시집을 펴냈다.
「우리들이 뛰어놀기 적당한 하루」(은평천사원 출판부간)라는 제목의 이 시집은 이들의 초롱한 정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삶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집에 등장하는 「어린 시인」들은 모두 중증 장애를 숙명처럼 지니고 살고 있다. 「뇌성마비 1급」 혹은 「진행성 근육위축증」등으로 불리는 이들의 장애는 절망적인 재앙이며 끝나지 않는 고통이다.
이들은 또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소외의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다. 동네에서 신나게 뛰어 놀던 어느날 갑자기 몸이 비틀어지는것을 경험하고 하늘과 땅 같았던 부모들이 몰래 떠나가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시집에는 이들이 어린시절부터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절망과 고통 혹은 소외에 대한 원망에서부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오히려 삶에 감사하는 마음 등이 담겨있다.
팔을 움직이는것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송하일군(16)은 이별이 준 외로움에 사무친 듯 하다.
「저 멀리/님 떠나버리고/외로운 외톨이 혼자 남았네/님 떠나는 뒷 모습을 보며/나도 이젠 떠나야지/…/아름다웠던 옛날을 잊어버리고/이제 새로운 추억을 찾아 떠나야지」(「외톨이」중)
어렸을 적에 병원에 옮겨져 부모나 자라난 환경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김소아군(23)은 사랑을 갈망한다.
「그리운 아버지를 찾아서 떠나보는 발길은/타오르다 사라지는 저녁놀과 같고/구름처럼 떠돌다 눈물짓는 나의 마음은 종이학과 같다네/…/그리운 아버지를 찾아서 사랑을 전하면/나도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뜬구름에 작은 꿈 싣는다/나의 정성 다하여/…」(「그리운 아버지를 찾아서」중)
그러나 이들 모두는 살아가는 것 자체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성찰에 마음을 쏟고 있다.
「나는 행복하다/눈으로 세상을/볼 수 있으니까/나는 행복하다/사랑을 할 수 있으니까/나는 행복하다/언제나 꿈을 갖고/살아 가니까/…/나는 행복하다/나에겐/내일이 있으니까」(김광식작 「행복한 나」중에서)
이들 10명의 「시인」들은 시조차도 스스로 쓸 수 없다. 이들의 입을 통해 어렵게 토해낸 말들이 곧 시이고 그말을 시처럼 만들기 위해 이들은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이 시의 형태로 우리에게 전하는 말들은 바로 생명의 소중함이고 사람에 대한 귀중함을 일깨워주는 사랑일 것이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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