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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비트부인의 「무죄」/오미환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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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비트부인의 「무죄」/오미환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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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으로부터 폭력과 성적 학대를 당한 아내가 「일시적 정신이상 상태」를 일으켜 남편의 성기를 잘랐다. 그 아내는 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의 「로리너 보비트 사건」은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로리너와 같은 아내들이 없다고 단언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남편의 성적학대」로 인한 고소나 판결은 없다. 그러나 92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남편의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리는 아내들의 48%가 자의에 반해 부부관계를 가진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 그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제정된 성폭력특별법에는 부부 사이의 강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 여성단체들은 부부 사이라도 강제적 성관계는 강간으로 보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리너 보비트가 무죄평결을 받자 미전역에서 열띤 찬반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평결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처럼 찬반의 강도는 열띠지 않지만 이 사건을 보는 남녀간의 시각차이는 비슷하다.

 로리너 보비트에 대한 무죄평결은 법리적 해석이 아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평결에 앞서 있었던 재판에서 남편 존 보비트에 대한 아내 강간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법리적으로 옳고 그름이 딱부러지게 드러난것이 아닌 셈이다.

 이 평결은 법리적 해석을 떠나 가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을것 같다. 가정이라는 성역에 은폐돼있던 남편의 폭력이 아내에게 일시적 정신이상 상태를 가져오게 하고, 그로인해 성기절단이라는 충격적 사건으로 귀결됐다는것. 가정의 위기뒤에 무엇이 오는가를 알리는 「경고 신호」를 읽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떤 판결이 나올까. 우리 곁에 그런 로리너 보비트가 없다고 단언할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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