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요원 “그렇게 빨리” 설명회 요청/눈밭반사 화상… 얼굴에 진물까지 무휴식·무보급극점정복 기록을 세운 한국일보창간40주년기념 94한국남극점탐험대(단장 고인경)는 전진기지인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에 돌아와 대장정후 처음으로 소중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2일 상오(한국시간·이하 같음) 귀환한 탐험대는 유일한 교민 곽로훈(40) 노준씨(35)형제의 집에서 이곳을 떠난지 58일만에 처음으로 갈비탕 김치 나물로 마음껏 식사를 했다.
허영호공격대장(40)은 극점에 태극기를 꽂은뒤 대원들과 얼싸안고 울었다고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고단장은 당시 공격대원들의 얼굴이 화상으로 퉁퉁 부어 진물이 흐르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남위 84도를 지나 크레바스지대가 시작되면서 계속된 초속 25∼30의 폭풍설과 짙은 구름으로 시야가 완전히 막히는 화이트아웃(WHITEOUT)현상,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파지는 고통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극점 정복후 1주간 비상대피할 때는 체감온도 영하 49도이하의 상황에서 식량마저 부족했으며, 12월31일부터 1월5일까지 6일간 악천후로 베이스 캠프와의 교신까지 끊겼었다고 회고했다.
대원들은 미국 스콧-아문센기지 요원들이 44일만에 무보급·무휴식으로 온 한국탐험대에 대해 『어떻게 그리 빨리 올 수 있느냐』고 놀라며 설명회를 요청, 40여명을 모아놓고 경과를 설명해준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에베레스트 등정, 북극점 정복에 이어 남극점까지 디딘 허대장은 탐험성공의 요인에 대해 『자료조사가 충실했으며 그동안 많은 원정경험을 쌓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승환대원(34)도 『우리의 팀웍은 완벽했다』고 말했다.
유재춘대원(32)은 『걷는 동안 내내 서정주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외웠다』고 소개했으며, 막내인 홍성택대원(28)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올해 칠순을 맞는 홀어머니에게 영광을 돌렸다. 한국여성으론 처음 남극점을 밟은 정길순대원(40)은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며 이제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푼타 아레나스(칠레)=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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