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모이는 농어촌 만들겠다”/2·3차산업 유치… 농업은 부업되게/문화·휴양시설도 확충 살만한곳으로/농지규제 완화 투기대책 병행… 추곡수매제는 유지□대담=박찬식부국장
우리 농업과 농어촌은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로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 기술개발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농업, 경쟁력이 없는 농업으로는 더 이상 냉엄한 국제경쟁의 무대에서 버텨낼 수가 없다. 정부는 기로에 선 우리 농업과 농어촌을 회생시키기 위해 UR협상 타결이후 농정의 책임자를 교체하는 한편 기존의 투자계획에 따른 42조원과 별도로 농어촌특별세를 신설, 농어업경쟁력향상과 새로운 농어촌개발에 집중 지원토록 하는등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어업 농어촌 농어민의 삼각점에서 UR이후의 농정을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김량배 농림수산부장관을 만났다.
―어려운 시기에 농정의 책임을 맡아 어깨가 무거우시겠습니다. 1개월가량 농림수산부장관직을 맡으면서 우리의 농정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느끼고 계십니까.
▲농어촌과 농어업의 문제가 UR의 도전을 받고있는 어려운 시기에 농정을 맡게돼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 자신은 상당히 행복하지 못한 관료라고 말할 수가 있겠지요. 더욱 더 연구해야 하겠지만 농어촌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관점에서 농어촌의 문제를 풀어나갈 것입니다. 농어촌에 사람이 모여들게 하고 농어업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농어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농정을 펼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농어촌 중심의 농정을 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농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복안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농업의 차원에서는 구조개선사업을 실시하고 대단위 영농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며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만 농어촌의 문제로 볼 때는 농어촌에 2·3차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농어민들이 1차산업뿐만이 아니라 2·3차산업에 참여함으로써 농가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농어민이 2·3차산업에 참여하고 농업을 부업으로 하겠다는 정도의 인식전환이 요구됩니다. 또 건전한 휴양·문화시설을 농어촌에 도입해 농어촌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겠습니다. 농어민의 문제는 사회·정치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일시적인 시혜가 아닌 항구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농림수산부는 밤잠을 자지 않고 뛰겠으며 다른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농어촌의 공간, 복지의 문제를 풀어나가겠습니다.
―그것은 전통적인 미작중심의 농촌이 사라진다는 뜻입니까.
▲아닙니다. 미작중심의 농촌은 품목별 지역별 특화사업으로 보존될 것입니다. 현재 평균 0.8㏊에 불과한 쌀재배농가의 재배면적을 적어도 5㏊가량으로 확대시키고 특화시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인삼쌀」 「유기농법쌀」을 생산해낸다면 쌀농가도 경쟁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신농정과 방향을 크게 달리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농업 농어민 농어촌의 3가지 관점에서 농정을 펼치겠다고 밝히니까 일부에서는 신농정을 포기한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기도 합디다. 그러나 신농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농정에서 밝힌 구조개선 기술개발 인력양성등은 농업정책입니다. 이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지만 다만 신농정에서 다소 소홀히 한 농어촌 및 농어민의 문제를 보완 발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농어촌특별세를 신설해 향후 10년간 매년 1조5천억원을 농어촌발전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할 계획입니까.
▲농어촌특별세로 마련된 재원을 사용하는 문제는 대통령산하의 농촌발전위원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는 6월께 확정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농어촌의 경쟁력강화에 이 자금이 상당량을 투입될 전망이며 기존의 42조원 투자계획이 놓친 부분을 보완하는데도 사용될 것입니다. 경지정리의 예를 든다면 진흥지역중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15만4천㏊에 대해서는 기존의 투자재원으로 경지정리를 완료시킬겁니다. 그렇지만 70년대 경리정리한 논중에서 10만㏊는 농로도 협소하고 논배미가 적어 기계화 영농이 어려운 실정이므로 재정리작업이 절실합니다. 농어촌특별세의 자금은 이러한 곳에 사용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외 특화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유리온실등 특수첨단시설에 대한 투자, 가공산업 육성지원, 농촌정주권일대의 사회간접자본투자, 수산물 가공단지조성등에 투자될 것입니다.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농가당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나야함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통령 업무보고시 대폭적으로 농지소유 및 전용에 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농지에 대한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부동산투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됐는지요.
▲진흥지역내에서 농지소유상한제를 폐지하고 농지 매입시 통작거리조항을 삭제하며 사전 농촌 거주거래기간을 없애는등의 조치가 역기능을 불러 일으킬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40∼50년 앞을 내다보고 농정을 꾸려가야 합니다. 현재 농업에 새로운 경영과 자본의 도입이 절실합니다. 또 농업생산비를 절감시키기 위해서는 각종 기술개발과 함께 경지면적의 확대를 위한 농지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합니다. 규제를 완화할 대상은 어떤 농지이며 그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하고 만약 영농을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는 어떻게 대처하느냐등의 대책을 규제완화에 앞서 마련할것입니다. 이 대책은 투기를 사전에 봉쇄할 수 있는 대책이 될것으로 확신합니다.
―농정에 대한 농어민의 불신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농어민의 신뢰회복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중의 하나인데.
▲농어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각오입니다. 농정의 신뢰회복은 농민들이 농업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함께 중요한 과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솔직이 말씀드린다면 잘못된 시책이 있기는 합니다. 따라서 저는 실무자들에게 농민들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며 만약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솔직이 그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추상적인 시책을 펴지 말고 구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책을 펴야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농어민을 포함하여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잘못된 점이 나타난다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는 고통스럽고 어려움과 반대가 따르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농정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UR가 타결됨으로써 현행 추곡수매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추곡수매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 것입니까.
▲현행의 추곡수매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매량을 대폭 늘리거나 수매가를 지속적으로 올린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최근의 낙동강오염사태를 볼 때 무단방류된 축산농가의 오·폐수가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축산농가의 상수원오염 방지를 위한 대책을 생각해 보셨는지요.
▲7만가구에 이르는 축산농가가 어떻게 정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지 우선 조사를 해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특히 한강 낙동강등 음료수와 관련된 수계의 주변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정화시설보완을 위해 5백억원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지방자치단체와 환경처등과 협력해 농어촌의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지난 87년 농어촌구조개선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나 이후 계획을 세우는데만 노력을 기울였을뿐 계획의 실행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계획만 세우다가 또 1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요.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로 기존의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여건이 바뀌면 사업의 우선순위는 변화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기존의 신농정을 보완·개선시켜 힘있게 실행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올해 농어촌을 위해 4조1천2백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합니다. 게다가 농어촌발전세로 매년 거두어지는 1조5천억원을 농어업을 위해 추가로 투입하는등 7월이후부터는 투자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정부는 투자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산발투자보다는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집중투자할 할 방침입니다. 한가지 사업을 하더라도 효과가 가시화되도록 하겠습니다.【기록=박영기기자】
◇약력
▲1938년 전남 곡성출생
▲1963년 서울대 정치학과졸업
▲1966년 행정고시 합격(4회)
▲1973년 전북 진안군수
▲1978년 내무부 기획예산담당관
▲1981년 광주시장
▲1983년 전남 부지사
▲1984년 민정당 전문위원
▲1985년 12대 국회의원(전국구)
민자당기획조정실장
▲1986년 광주직할시장
▲1993년 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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