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듯한 표정에 잦은 당혹감 내가 한국에 오기전 한국에 대해 알고 있던것은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중간지대에 자리잡은 국가라는 정도였다. 그나마 이것도 학교에서 지리학 공부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한국에 처음 오게 된것은 91년 가을 1주일간의 방문 때였다. 이때 서울 남산 옆에 있는 힐튼호텔에 머물렀는데 바로 옆의 남산과 그 정상에 우뚝 솟은 남산타워의 전망이 매우 인상깊게 느껴졌다. 짧은 기간이나마 지냈던 이 때의 기억이 내게 남아 있던 한국의 첫 인상이다.
이 기억을 안고 바로 1년만인 92년초 나는 한국을 다시 찾게 됐다. 한국에서 한동안 머무르게 된다는 얘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했을 때 그들이 들려준것은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을 보면 대단히 수줍어 한다』는 말이었다.
막상 한국에 와 한국사람들을 가깝게 접하게 되니 주위의 지적이 맞았다. 사무실이건 동네에서건 또 길거리를 나가봐도 내가 한국인에게 얘기를 건넬 때마다 사람들은 쭈뼛쭈뼛하고 어색한 표정을 짓는것이었다. 처음 겪는 사람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런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말레이시아 사람들과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막상 한국인들을 자주 접해보게 되니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첫 인상과는 딴판이었다. 시간이 흘러 많은 한국인들과 친해지게 되니 그렇게 정답고 화통할 수가 없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한국인 동료들은 물론 내가 사는 보광동 신동아아파트 주민들과도 참 친해졌다. 한국에 온지 4개월만의 일이다. 지금은 같은 아파트의 이웃 주민들과도 서로 왕래하며 스스럼없이 지낼 정도다. 또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내 아들도 친구중 4분의3이 한국학생일 정도로 우리 가족은 한국인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것은 한국인들의 표정이 너무 심각하다는것이다. 내 고국 말레이시아를 가면 사람들은 부드러운 표정에 사람을 만나거나 접하면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무언가 고민이 있는것같기도 하고 화난것같기도 하다. 실제는 그렇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나같이 한국인을 잘 알게된 사람들은 괜찮지만 처음 보는 외국인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경험이 있는데 한국에 온지 얼마 안돼 임진각을 구경하러 갈 때였다. 처음 가는 곳이라 지리를 잘 몰라 가는 도중 한 건물의 경비원에게 길을 물었다. 그때 그의 표정이 딱딱하고 험상。어 보여 괜히 말을 붙였나 싶었다. 그런데 그는 임진각까지 가는 길을 성심성의껏 자세히 가르쳐 주는것이었다. 열심히 길을 설명해주는 중에도 그 표정은 시종 똑같았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화가 났나 싶어 괜히 질문을 해 곤욕을 치르나 싶었다. 설명을 다 듣고 나서야 느낀것은 그것이 한국사람의 특색이라는 점이었다. 한국사람들을 대할 때 얼굴표정만을 보고 평가해서는 안된다는것을 깨달았다.
내가 한국에서 얻은 결론은 한국인은 처음에 잘 모를 때는 친화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알게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것이다. 한국인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처음 볼 때의 한국인들이 주는 인상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것은 한국이 국제적인 국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말레이시아 관광정보센터 서울사무소장>말레이시아 관광정보센터 서울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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