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결결과 싸고 전국서 찬반토론 성대결/여성측 “당연” 남성측 “성기제거 면허증” 세계적 파문을 불러 일으켰던 남편 성기 절단사건의 주인공 미국의 로리너 보비트(24)에게 21일 무죄평결이 내려졌다.
여자 7명, 남자 5명으로 구성된 버지니아주 매나서스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7시간반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로리너가 남편 존 보비트의 성기를 절단한 행위는 「일시적 정신이상 상태」에서 저질러진 것이기 때문에 무죄라고 평결했다.
○…이번 무죄평결은 중상해죄에 해당되는 성기절단 행위에 대한 법리적 해석보다 사건의 근본원인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로리너의 범행은 수년간 남편의 폭력과 성학대가 누적된 끝에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당시 그는 「남성」절단에 대한 「참을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 이상심리 상태였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결혼 4년째인 이들은 돈문제로 자주 다퉜으며 해병대 출신에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85㎏의 거구 존이 41㎏의 가냘픈 아내 로리너를 자주 구타하는등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로리너의 범행도 사건당일 대취한 존이 원치않는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거칠게 행동함에 따라 우발적으로 저질러졌다는게 피고측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피고인의 정황에 대한 정상을 참작할수는 있으나 절단행위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공박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폴 에버트검사는 『더욱이 남편이 자고있는 동안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로리너의 정당방위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대항력없이 잠든 남편에게 가한 가해행위는 명백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한편 무죄평결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전역에서 마치 성대결이라도 하듯 남녀가 갈려 열띤 즉석 찬반토론을 벌이는등 진풍경이 빚어졌다.
여성들은 무죄평결이 당연한 결과라며 이를 반기는 반면 남성들은 대체로 시무룩한 표정이다. 법정밖에서 결과를 지켜보던 1백여명의 여성단체회원들은 무죄평결이 발표되자 환호성을 질렀고 로리너의 고국 에콰도르도 온통 축제분위기에 싸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남성들간에는 이번 평결을 계기로 『자는 마누라도 다시보자』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여성폭력 행위의 증가에 대한 「성급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전국남성기구(NOM) 관계자들은 『보비트사건 평결은 미국의 모든 남성이 이와 유사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내들에게 성기제거 면허증을 발부해준 셈』이라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같이 분분한 의견대립과는 달리 당사자 로리너는 무죄판결 순간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평결 발표후 자신의 대변인이자 친구인 재너 비수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평결이 폭력남편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무죄평결로 「아메리칸 드림」의 가치를 믿게 됐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를 찾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너는 이번 평결로 버지니아주법에 따라 45일동안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 추방될 위험에서 벗어났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성기절단사건은 미국 전역의 매맞는 아내 숫자를 감안하면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화제거리로 치부해버릴 사안도 아니다. 이번 사건은 현재 미국사회가 겪고있는 가치혼란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노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면에서 빌 클린턴이 집권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가족가치회복」의 문제는 이를 계기로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는 중론이 일듯 싶다.
○…한편 필리핀 마닐라에서도 술에 만취한 남편이 행패를 부리자 남편의 성기에 전선을 연결, 감전사시킨 필리핀판 「보비트 사건」이 21일 발생했다. 마닐라 타임스지 보도에 의하면 에린다 데라 크루스(37)라는 여인은 이날 남편이 가족들의 몇달치 비상식량인 쌀 3가마를 동네 술집에 잡히고 술을 마신후 귀가해 행패를 부리자 이에 격분, 남편이 잠든것을 확인하고 낚시용 전기충전기를 남편의 성기에 연결, 충격을 가해 남편을 심장마비로 사망케 했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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