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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내린 유죄판결/이계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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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내린 유죄판결/이계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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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휘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의 미국망명신청사실을 접한 한 정치인은 『서글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경악과 분노보다 더한 감정표시였다. 지난해 4월 그가 율곡사업비리 수사망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했을 때만 해도 이는「표적수사」를 벗어나기위한 궁여지책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10월 모친상을 당하고도 귀국을 하지못했을 때도 그런대로 이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그가 떳떳하게 돌아와 진실을 밝혀야한다는 주문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조국과 국민을 등졌고 한가닥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다.

 그는 차세대전투기사업(KFP)기종변경등 율곡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받아 안보를 내세워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스스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기본적인 양식조차 갖추지못한 인사가 6공 5년동안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와 안보문제를 주물렀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않는다.  6공의 실체가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노태우전대통령측도 『그럴 줄 몰랐다』고 그의 배신행위에 분통을 터트렸다지만 국민들이 입은 자존심의 상처는 어디서 치유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그의 반국가적 배신행위는 이미 끝난 과거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가 망명의 대가로 재임시의 극비정보를 미국에 넘겼주었거나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모친상을 당하고서도 귀국하지 않았던 패륜적 행태로 봐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정부가 그의 망명을 허용한다면 미국정부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전수석의 망명은 정치적 이유를 인정받을 수 없다. 그는 반국가적인 죄를 저지르고 처벌이 무서워 국외로 도망간 범죄자일 뿐이다.

 야당의 한 의원은 『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의혹은 미국과도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며 『미국이 그의 망명을 허용한다면 미국과 관련된 부분을 은폐하기위한 방조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국정부에 당당히 그의 신병인도를 요구, 응분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더이상 국민을 슬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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