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안 수용땐 붕괴 불가피/국회 해산도 국민여론상 곤란 정치개혁법안이 21일 참의원본회의에서 부결됨으로써 일본정계는 앞으로 엄청난 파란이 예상된다. 호소카와(세천호희)연립정권은 중의원해산에 의한 총선거를 선택할수도 있으나 일단은 법안을 수정하더라도 통과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경제가 전후 최악의 대불황에 빠져 있는데다 금년도 예산마저 통과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국회를 해산할 경우 「무책임한 정권」이라는 비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소카와총리는 이날밤 기자회견에서 『양원협의회를 열거나 중의원에서 3분의2이상의 찬성을 얻어 다시 통과시키는 방법이 남아 있다. 이 두가지 방안중 하나를 택해 이번 회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 이것이 현재 나의 최대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결된 법안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중의원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거나 양원협의회를 거치는 수밖에 없는데 정부원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총리가 이 법안의 처리결심을 표명한것은 중·참의원협의회에서 자민당안을 대폭 수용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연립여당은 ▲정당에만 허용키로 되어 있는 기업 단체의 헌금을 개인에게도 허용하고 ▲소선거구를 2백80이상으로 하며 ▲전국단위로 되어 있는 비례대표의 선출단위를 블록단위로만 하자는등의 자민당안을 받아들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새 제도에 불만이 많은 사회당측이 이를 묵인할지 의문이다.
사회당은 무라야마(촌산)위원장이 『사회당으로 인해 정치개혁법안이 무산된다면 사회당의 존립이 위태롭다』고 설득했는데도 17명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만큼 당내 기강이 무너진 상태. 무라야마위원장이나 구보(구보긍)서기장등 집행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회당 조반파들도 연립정권에서 이탈하는등 사회당의 양분가능성이 짙어졌다.
한편 자민당측에서도 전날 특위에서 호시노(성야붕시)의원이 찬성표를 던진데이어 이날도 5명이 당 집행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탈당의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자민당 집행부는 이들에 대한 징계를 아직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조반을 외면할 리가 없다. 따라서 이들 역시 연립여당측으로 들어가는등 여야 모두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조만간 이뤄질것으로 보인다.
새 법안이 중·참 양원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통과되면 차기 총선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소선거구제로 치러지게 된다. 그 시기는 금년하반기가 될것이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전망이다. 우선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기 위해선 선거구획정작업을 거쳐야 하고 이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한후 3개월정도의 공지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말께나 선거가 가능하다.
새로운 선거구가 마련되면 자민당의 상당수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잃게되므로 당내 비주류인 「개혁추진의원연맹」(회장 해부준수)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도 예상된다. 이들은 지금까지 이탈명분을 찾지 못해 주저해 왔다.
그러나 이제 「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마련한 정치개혁법안이 자민당의 구태의연한 자세 때문에 통과가 안되고 다시 부패의 여지를 남긴 악법으로 변모했다」는 좋은 명분을 얻게 됐다.
최근 에다(강전오월)사민련대표를 비롯한 사민련과 사회당의원 일부가 사키가케·일본신당 입당을 표명했는가 하면 자민당의 반란파들도 사키가케·일본신당이나 신생·공명당그룹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일본정계 개편 제2막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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