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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법(장명수 칼럼: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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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법(장명수 칼럼:1634)

입력
1994.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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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 잇달아 나온 두개의 판결은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 판결들은 가족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본능이 아닌 이성의 눈으로 바라볼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가정법원은 아들(43) 내외와의 불화로 별거하고 있는 어머니(67)가 아들을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소송에서 『아들은 어머니에게 주택마련 비용 1천만원과 매달 생활비 20만원을 지불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들은 월 9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데, 어머니를 직접 모시겠다고 말했지만, 어머니가 동거를 원치 않으므로 별거상태에서 생활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았다.

 그 어머니는 6·25전쟁중에 남편을 잃고 직장생활을 하며 외아들을 키웠고, 모자가 번 돈을 합쳐 아들 명의로 집도 샀다. 79년 아들이 결혼하고, 84년 어머니가 30년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후 용돈문제등으로 고부갈등이 심해졌다. 어머니는 92년 집을 나와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고있다.

 아들내외는 『어머니를 따로 사시게 하거나 용돈을 넉넉히 드릴 형편이 못되어 일이 이렇게 됐다』고 유감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 아들이 수입 90여만원에서 매달 20만원을 떼낸다는것은 벅찬 일일것이다.

 이 판결은 자녀가 부모를 부양한다는것은 단순한 의식주 제공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며, 부모도 부양의 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것을 인정하고 있다. 불화하면서 아들가족과 함께 살기보다는 별거하면서 생활비를 받겠다는 어머니의 선택을 법원이 받아들인것이다.아들 명의로 된 집을 살때 어머니가 기여했다면, 어머니는 부양요구뿐 아니라 재산분할요구도 할 수 있을것이다.

 20일에 나온 또 하나의 판결은 상습적으로 아내(21)와 아들(2)을 구타해온 한 회사원(31)에게 앞으로 10년간 아들의 면접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그의 아내는 『친정에서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이 자주 폭행하여 같이 살 수 없다』면서 이혼 및 친권자지정 청구소송을 냈는데, 재판부는 이혼을 허가하면서 『아이의 성장환경에 악영향을 미칠것이 확실하므로 아들이 12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면접권을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두개의 판결은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부당한 희생이나 고통이 강요돼서는 안되며, 모든 가족구성원들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한평생 일하며 청상으로 외아들을 키운 어머니에게 그 정도의 노년은 보장해야 한다는것, 친권자 지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점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들의 복지라는것은 우리 사회의 양식이기도 하다.

 가정의 울타리는 소중하고, 세상의 법과 질서를 초월하는 면이 있다.그러나 가정의 울타리가 세상의 양식에 위배되는 어떤것들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될수는 없다. 가족사이에 법이 개입하게 되는것은 불행한 일이지만,우리는 법의 개입을 통해서 가족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교훈을 얻고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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