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딥 퍼플은 스위스의 그랜드호텔 복도에서 7번째 앨범 「머신 헤드」의 녹음을 시작했다. 그리고 즉석에서 노래말을 쓰고 곡을 붙여 바로 연주하는 방식으로 2주만에 녹음을 마쳤다. 곡을 만들어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처음 의도와 달라질 뿐 아니라 음이 약해진다는것이 그 이유였다. 이들은 이를 충분히 소화해낼 만큼 라이브에 뛰어났고 멤버들간의 역할분담도 완벽했다. 「머신 헤드」의 이러한 특징은 2면 첫곡인 「스모크 언 더 워터」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곡은 호텔 근처 호숫가의 화재를 보고 순간적인 영감을 받아 만들었는데 강하게 끊어치는 도입부의 기타음이 마치 뭔가가 다가오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드럼의 금속음과 둔중한 베이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보컬이 하나하나 추가될 때마다 연기에 싸인 물체가 모습을 드러내는듯 하다.
반면 「하이웨이 스타」는 뭔가를 강하게 밀고나가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안 길런의 찢어질듯한 목소리도 그렇고 쉴새없이 들리는 로저 글로버의 베이스와 이안 페이스가 쳐대는 드럼의 강한 음, 무엇보다 존 로드의 화려한 키보드와 리치 블랙모어의 현란한 기타가 마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듯 하다.
이밖에 「픽처스 오브 홈」이나 「스페이스 트러킹」등도 이후의 하드록 세대들에게는 하나의 교과서와도 같은 곡이다. 딥 퍼플은 보컬과 기타에만 치중했던 다른 그룹들과는 달리 베이스와 건반도 얼마든지 곡을 리드할 수 있다는것을 보여주었으며 키보드라는 건반악기가 지닌 중요성도 톡톡히 일깨워주었다.
이 앨범이 발매된 때는 흔히 딥 퍼플 2기로 불리는 이들의 최전성기였다. 멤버들도 가장 탄탄했고 이 시기에 발표한 7장의 앨범은 하나같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이들을 하드록의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과감한 실험과 음악성, 대중적 인기를 고루 갖춰 「인 록」(70년)과 함께 가장 빼어난 앨범으로 꼽히는 작품이 바로「머신 헤드」다.【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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