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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쾌적한「배움터」만들어주자/학교주변환경(초등교육을살리자: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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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쾌적한「배움터」만들어주자/학교주변환경(초등교육을살리자:13)

입력
1994.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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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 인접교 방음벽설치 급선무/동심 해치는 유해업소 빨리 추방해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등포국교 앞에는 경부선 철로가 지나가고 있다. 이 철로에는 하루 5백회가 넘게 열차가 다녀 소음 때문에 수업이 잠시 중단되는 일이 매일같이 되풀이된다. 다만 그 정도라면 서울같은 대도시에서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철로 맞은편인 학교 뒤쪽에는 문래고가도로가 가설돼 있어 소음을 가중시킨다. 이들 철로와 문래고가도로만으로도 영등포국교는 소음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셈인데 철로를 넘어 문래고가도로 밑으로 난 또 하나의 고가도로는 아예 학교운동장 위를 지나고 있어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을 학교라고 믿기 어려울 지경이 된다.

○소음·매연에 고통

 『뜨거운 여름철에도 제대로 창문을 열지 못할 만큼 소음이 심합니다. 목소리 작은 선생님들은 마이크를 사용하는 형편입니다. 또 인근 연탄공장에서는 탄가루까지 날아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책상을 청소하고 1시간 정도 지나면 도로 시커먼 먼지가 내려 앉곤 합니다』영등포국교 안근선교장(59)의 말이다.

 안교장에 의하면 고가도로와 철로로 인한 학교주변 소음은 학교나 주거지역의 낮동안 허용한계치인 50㏈을 훨씬 넘어 쾌적한 수업환경이 심하게 저해되는 65㏈수준이다. 84년 설치 당시 학교운동장 위로 지나간다고 말썽이 됐던 도림고가도로는 그래도 방음벽 덕분에 소음이 조금 덜하지만 문래고가도로는 방음벽설치를 고려하지 않고 지어 놓아 손을 써 볼 도리가 없다고 한다.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에다 연탄공장서 날아드는 탄가루가 섞인 공기를 마시며 수업을 하는 영등포국교 교사와 학생들은 만성적인 기침과 잦은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코를 풀면 탄가루가 그대로 묻어 나오고 시커먼 가래도 자꾸 차오르는 경험은 이곳에 처음 온 교사들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미금동에 있는 미동국교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뒷문쪽으로 운동장과 맞붙어 철로가 있고 앞쪽으로는 광화문에서 마포쪽으로 향하는 대로와 2차선 너비의 이면도로가 엇갈려 깔려 있다. 학교 뒤편의 본관건물에서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현숙교사(35·여)는 『소음 때문에 그런지 이곳 아이들은 교실에서 목소리가 유난히 커요. 둘이서만 하는 이야기도 악을 쓰듯이 말을 하는거죠. 제가 처음 와서 소음에 적응을 못했듯이 전학온 아이들은 여기 아이들의 말소리에 먼저 놀라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도로에 인접한 학교 앞쪽 건물의 경우 서울시로부터 학교벽과 너무 인접해 있어 일조문제등으로 방음벽설치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뒤쪽 철로가의 방음벽설치는 철도청 소관이라고 해 철도청에 건의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몇년째 듣고 있다. 준특수학교로 지정돼 항상 인근 공장의 매연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신도림국교나 학교인근 쓰레기 적환장의 악취 때문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꼭 닫고 수업하는 서울이대부속국교도 주변환경으로 인해 수업은 물론 어린이·교사들의 건강마저 위협받는 경우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전국 6천57개 국교중 1백84개교가 소음환경기준치를 초과했고 이중 서울의 국교는 4백92개교중 39개교가 기준치를 넘어 전국평균의 2.4배나 됐다.  공해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에 큰 위험요소가 되는 또 한가지는 학교주변 유해업소나 시설물들이다. 

 고려대 김문조교수(45·사회학)가 국교생 3백85명과 중·고교생등 3천14명을 대상으로 92년에 조사, 발표한 「청소년 유해시설 및 장소의 실태와 개선대책」보고서에 의하면 당구장·술집·전자오락실을 비롯한 모든 유해업소의 출입이 비행충동과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문제로 제도적 부적응을 일으켜 유해업소에 드나드는 경우보다 업소가 있기 때문에 출입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같은 사실이 청소년비행중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해 저지르는 「지위비행」의 비율이 높은것과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유해업소가 성인의 부정적 행태를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주변 유해업소가 이처럼 아이들의 비행충동이나 범죄행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데도 학교주변 정화구역의 정화작업은 지지부진하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93년5월 현재 전국의 학교보건법상 규제대상 유해업소는 4천9백56군데로 92년의 4천9백87군데에 비해 31군데가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같은 감소는 유해업소에 대한 합동지도 단속결과 적발된 1만5천6백23건과 비교하면 0.2%에 불과한것이다. 서울의 경우도 92년 3천5백43군데로 파악된 학교주변 유해업소가 93년에는 2백15군데 줄어 3천3백28곳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교통감시 확대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유해환경에 대한 이해관계가 가장 깊은 해당 학교교사들과 교육청 관련자들이 행정단속이나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고 경찰서나 구청등 유관기관들과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효성있는 단속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12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김모교사(34)도 『한달에 한번 있는 「학교주변 환경정화의 날」행사는 유해업소 업주들과 대화하거나 계도하는 기회가 아니라 학교주변 쓰레기줍기로 그치는 실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여러 학교주변 유해환경들은 대개가 교육적인 의미에서 「나쁘다」는 범주에 머무르는 정도이지만 아이들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지극히 위험한 유해환경도 많다. 도로나 철로를 끼고 있는 학교주변에는 순간적으로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거나 평생 불구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경찰청통계에 의하면 92년 한해동안 14세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1천1백93명, 부상자는 4만5천1백38명이었다. 각각 전체 사고피해자의 10.3%와 14%정도이지만 이들 사고의 80%정도가 학교주변 반경 1이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특히 어린이사고의 70∼80%가 어른들의 무단횡단을 모방하거나 운전자들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났다.

 어린이교통안전협회 허억사고예방실장(34)은  『정부관계부처가 현재 추진중인 학교주변 어린이보호구역 설정과 함께 국민 모두가 주거지역과 학교인근에서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개발원 김흥주연구원 지적/“「국교정화구역」 철저 감독해야”/처벌규정 강화… 위반시설 강제철거도

 현행 학교보건법에 규정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내의 금지행위 및 시설의 범위가 너무 좁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지행위·시설기준에 대한 조항이 모호해 유해시설을 허용할 개연성이 크며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정도도 미흡한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시설연구부 김흥주선임연구원(39)은 최근 작성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내에서의 금지행위 및 시설기준 개선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그동안 학교보건법이 금지행위와 시설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왔으며 각종 기준 역시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금지행위 및 시설기준의 골격은 67년의 법제정당시 문교부령이었던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서 크게 달라진것이 없다. 81년 2차 개정을 통해 가축시장·당구장·사행행위장·경마장의 4가지 기준이 추가되고 91년 시행령 5차개정때 만화가게·전자유기장·터키탕이, 93년 노래연습장·담배자판기등 4가지가 추가됐을뿐 사회상황 변화에 따라 충분히 유해환경이 될 수 있는 다른 기준들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 

 정화구역에 대한 규정은 상당히 약화돼왔다. 이 법의 시행령은 제정당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을 시지역의 경우 학교로부터 3백까지(그외는 2백)로 규정했으나 81년 3차개정때 절대·상대개념을 도입, 절대정화구역(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 50)에서는 금지행위 및 시설을 모두 규제했지만 상대정화구역(학교경계선으로부터 직선 2백)에서는 학교환경위생 정화위원회의 심의만 통과하면 허용할 수 있게 했다. 금지행위 및 시설의 이전·폐쇄 유예기한이 법개정과 함께 자주 연장된 점도 정화구역관리를 약화시켜온 요인이다. 기준완화는 정화구역내 금지시설 운영자들이 학교보건법에 저항한 결과이기도 하며 정화구역관리가 지역주민들의 적극적 협조없이는 쉽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보고서는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은 제외한다」는 금지시설에 대한 예외규정에 「인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판단을 모호하게 하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그 시설의 철거를 명할 수 있다」는 6조3항의 강제규정도 필요한 조치와 그 경우에 대한 범위를 명시하지 않아 임의로 결정될 개연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학교보건법 위반자를 1년이하 징역이나 1백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한 벌칙조항도 81년 3차개정때 도입된뒤 13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 추진 「어린이 보호구역」계획안/횡단보도 신호등 주기 아동보폭에 맞게 조정/등하교 교통통제 교장과 협의결정

 지난해 10월 행정쇄신위원회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국교주변 5백를 안전구역(SCHOOL ZONE)으로 설정키로 함에 따라 관계부처는 올해 상반기까지 도로교통법등 관련법규를 정비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우리 실정에 맞는 효율적 안전대책 수립과 어린이들에 맞는 교통시설 개선에 초점을 두고 어린이 보호구역설정과 구역내 시설정비등 세부계획을 마련중이다. 우선 학교주변에서 일률적으로 교통규제를 하기보다 각 학교장과의 협의하에 유동성있게 보호구역을 설정해 등·하교길 동선을 따라 교통관리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어른의 보폭 1를 기준으로 편성된 신호등 녹색신호의 주기를 조정하거나 등·하교길 횡단보도에 신호등설치를 의무화하는등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은 72년부터 국교·유치원 인근 5백구역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정해 속도제한(시속 20이하), 부분교통통제, 가드레일 설치, 도로표지판 정비등 교통안전규정과 시설을 강화한 결과 70년 2천94명이었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를 91년에는 4백81명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도 국교 반경 5백∼1천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설정, 구역내 차량주행속도를 시속 20마일이하로 제한하고 노면에 장애물을 설치, 인위적으로 자동차속도를 조절하며 부분교통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국교부근 5백∼1천 범위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시속 20이하로 달렸다는 사실과 안전운전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의 사고보다 2배이상 가중처벌하는 교통법규로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임철순부장대우 이대현 김현수 하종오 장인철 김병찬 변형섭 김범수기자(사회부)/이종철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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