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공 다양한변화/깔끔한 실내분위기/흥미로운 게임방법/곳곳에 「전용구장」·손님들 장사진/여성들에 인기… 강습소까지 등장 포켓당구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아직은 이름이 생소한 포켓당구란 당구대의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6개의 구멍속으로 당구공을 쳐 넣는 경기. 사용되는 공도 16개나 되는데 여러가지 컬러와 무늬에 따라 흰공을 제외하고 1번부터 15번까지 번호가 매겨져있다. 가끔 외국영화에 당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의 당구가 바로 포켓당구다. 이전에 로테이션당구로 불린적도 있는데 그건 틀린 용어다.
최근 포켓당구의 인기는 엄청나다. 또 하얗고 빨간 공4개짜리 당구만 쳐온 이들의 기존관념을 뛰어 넘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새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포켓당구대만을 갖춘 포켓전용당구장이 속속 문을 여는가하면 가만히 앉아 차나 마셔야할 카페들도 포켓당구대를 앞다퉈 설치하고 나선것이다. 당구 패턴에 혁명적인 전환이 일어난 셈이다.
포켓전용당구장은 지난해 서울압구정동에「퀸」당구장이 처음 들어섰는데 지금은「비비」 「천장지대」 「박클럽」등 이동네에만 네군데나 된다. 이들포켓당구장은 손님이 몰려 몇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반면 인근의 일반당구장은 이보다 한산하다.
포켓당구장에 들어가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상하게도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포켓당구가 특히 여성들한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남자친구를 따라와 구경하고 있는것도 아니다. 남녀가 함께 당구를 치는것도 최근에 알려진 얘기인데 요즘은 아예 여자끼리 거리낌없이 당구를 치고 있다. 그모습도 너무 자연스러워 전혀 낯설지 않다. 「비비」당구장의 경우 남녀가 함께 와 당구를 치는것보다 여자들끼리 즐기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다.
두달전 처음 남자친구에게 포켓당구를 배웠다는 이소영양(20·대학생)은 『포켓당구가 너무 재미 있어 잠자리에 누우면 머리위에 당구공이 굴러다니는 모습이 보일 정도』라며 『주위에서도 모두 포켓당구를 좋아해 이제는 여자친구들끼리 당구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들 포켓당구장의 분위기가 당구장이라기보다는 잘 꾸며놓은 카페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다. 바닥엔 카펫이 깔려있고 당구대를 비춰주는 조명, 게임중간중간에 앉아 쉴만한 테이블과 의자등의 비품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다. 분위기가 일반 당구장과 전혀 다르다. 이런 분위기가 신세대들을 포켓당구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는것이다. 최근에는 또 퇴근후 포켓당구장을 찾는 넥타이부대들이 늘어난것도 새 현상이다.
카페 역시 포켓열기는 마찬가지다. 압구정동만 해도 카페안에 당구대를 설치한 곳이 「바쿨」 「가이앤 칙」 「클럽 다이어트」 「올드엔 뉴」등 10여군데가 넘으며 그숫자는 계속 늘어나고있다. 홍대앞에도 이런 곳이 서너군데 된다. 이들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아무때나 포켓당구를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무료다.「바쿨」주인 이우석씨(30)는 『포켓당구가 남녀가 함께 손쉽게 즐길수 있는 점잖은 스포츠여서 찾는 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포켓당구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일반당구는 당구대위에서 네개의 공이 조용히 왔다갔다 부딪치는 형태인데 포켓은 16개의 공이 시끄럽고 복잡하게 움직이고 서로 부딪친다. 또 공을 구멍에 집어 넣고 다시 꺼내 놓는 일련의 작업들이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공이 부딪치고 구르는 소리도 경쾌하다. 룰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우리나라에선 요즘에야 붐이 일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옛날 얘기다. 이웃 일본도 99%가 포켓당구다. 국내에서는 연초에 TV에서 포켓당구경기모습이 방영돼 대단한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대한당구선수협회에서는 앞으로 분기별로 포켓당구대회를 개최해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따라 최근 포켓전문 여자당구선수 2명이 탄생했고 양재동에 있는 「한국당구아카데미」등 당구학교에서도 포켓당구강습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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