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급 인세 등 구소 각종특권 상실/대부분 서방지원금으로 연명 러시아 문단은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당국의 검열에서는 해방됐지만 새로운 적을 만나게 되었다. 잡문이 판을 치는 자유시장이 그 적이다.서방의 저속한 스릴러물과 에로물, 마술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때 영향력이 막강했던 문학잡지들은 정부의 지원금도 크게 줄었고, 판매부수도 급락하고 있다.작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적·재정적 구조도 달라졌다. 출판사, 문학상, 대학의 문학 교수 자리는 거의 없어졌다. 인플레 때문에 원고료와 인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련 체제를 비판하는 소설을 썼던 이고르 야르케비치(31)는 『돈 얘기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 생활비를 어떻게 벌어야할지 모르겠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무너져도 문화계는 유지될것이라고 믿었던것은 환상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공산체제 아래서 단편소설 발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야르케비치는 이제 자유로운 작품발표를 통해 찬사와 비판을 함께 받는 유명 작가가 됐다. 그러나 소련당국 아래서 작가들이 누리던 지위, 영향력, 보장된 수입은 없다.
현재 러시아의 많은 작가들은 서방으로부터 받는 지원금, 원고료, 인세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입장에서 작품을 쓰고 있는 블라디미르 소로킨까지도 『서방과의 연결이 없으면 끝장』이라고 말한다. 소로킨의 작품은 대부분 러시아가 아닌 독일에서 출간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드미트리 비코프는 『요즘 러시아 작가들은 러시아보다는 서방에서 어떤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작품이 서방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러시아 해외망명작가 중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미국에서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8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요셉 브로드스키나 바실리 악시오노프등 대부분은 생계 유지가 가능한 서방에 주저앉기로 했다.
예브게니 예프투셴코,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등 1960년대 우상처럼 존경받던 작가들 역시 서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반체제 시인으로 이름 높았던 예프투셴코는 그의 신작 소설을 미국에서 러시아어로 출판했다.
문인들은 과거 공산체제 아래서 소련작가동맹 회원증을 갖고 정규적인 작품출판, 국가지급 인세, 크리미아반도의 별장, 아파트, 특수상점 출입권등 온갖 특혜와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가들은 양심적 지식인으로 대접받았다.
야르케비치는 『당시는 문학이 최상이었다. 경제, 정치, 의학보다 문학이 앞섰다. 작가 특히 반체제 작가는 영웅이었고, 메시아였다』고 회고했다.
고르바초프는 반체제 작품들을 일시에 해금시키면서 한때 문학붐을 만들기도 했지만,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문학은 그 특수한 지위를 상실했다.
야르케비치는 『작가만이 예언자이고 모든 해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정신분열증세이다. 그것이 무너진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작가란 어디엔가 소속되어야 한다. 국가에 속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소속되어야 한다』고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모스크바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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