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과학적 정밀조사 선행돼야/「청동병」억제… 보존처리도 시급 문화체육부는 지난해 12월 12일 충남 부여읍 능산리의 건물터에서 발굴된 6세기 백제 금동향로(금동롱봉봉래산향로)를 2월 21일부터 3월 13일까지 한달 동안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 이후 다시 발굴지인 부여 국립부여박물관에서 3주간 일반공개한다고 발표했다.13일 이민섭 문화체육부장관은 문화체육부 출입기자들과의 정례 기자간담회에서『학계와 국내외 언론계의 관심이 지대해서 빠른 시일 안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정량모 국립중앙박물관장은『현재 청동병을 앓고 있는 이 향로는 가장 기본적인 보존 처리를 한 후 서울과 출토지인 부여에서 전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관은 또 일반에게 공개하기 전날 미리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박물관 관계자들과 토론회도 갖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체부의 발표가 나온 후 전문가들은『너무 서둘러서 2월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향로는 지난 해 12월 12일 발굴된 이후 과학적인 보존 처리를 보름이 지난 12월 28일부터 뒤늦게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리에 아연과 주석을 섞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후 겉에 금도금을 한 이 향로는 표면에 푸르고 갈색 녹이 스는 청동병을 앓고 있다. 모든 청동 유물에 나타나는 이 청동병은 땅 속에 묻혀 있는 상태에서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진행 상태가 빨라진다.
향로는 1천 4백년 동안 길이 135㎝, 폭 90㎝, 깊이 50㎝의 지하수가 흐르는 나무 물통 속에서 자연적으로 보존처리되어 큰 변화없이 청동병을 견뎌왔다.
향로가 있던 곳은 물기에 의해 외기가 차단된 밀봉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향로는 출토 이후 부여박물관이 즉각적인 보존과학 처리를 하지 않고 15일 가량 외부 공기에 노출시켜 현재 청동병의 진행이 다소 빨라진 상태이다.
이런 이유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청동병을 억제시키기 위해 지금 향로를 불활성 질소가스가 채워진 유리 상자 안에 넣어두고 있다. 따라서 한달 후의 일반 공개도 보존과학적 장치가 달린 특별진열장을 설계 제작해서 전시한다. 밀폐 공간을 만드는 에어 타이트 시스템(Air Tight System)을 적용한 이 진열장은 질소가스를 넣을 수 있는 장치를 달고 습도조절 설비도 갖춘다. 이 특수 진열장 제작에는 1천만원이 든다.
관계학자들은 장치를 설치한 후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좋지만 그 자체가 완벽한 보존처리 조사가 미처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공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우선 이 향로의 경우 백제사와 한국미술사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서 보존처리 전에 유물외형의 세밀한 과학적인 정밀 검사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에 대한 현미경 및 적외선 검사와 X선 조사를 실시해 이물질이나 유기질들을 분석하고 제조 주물 도금기법을 알기 위해 향로 내부에 실오라기처럼 가늘게 튀어나온 주물똥을 견본 채취해 함량과 성분 분석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걸리는 시간은 빨라야 앞으로 3개월에서 6개월이다.
그 이후 청동병에 관한 안전 처리나 예방을 위한 항구적 보호 피막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문체부가 관련 학자들과 토론회를 마련한다는 것은 시기가 빠르며, 최소한 표면의 정밀과학 조사가 끝난 후 일반에 공개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다.
문체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은 왜 2월에 전시하느냐의 물음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국민들이 너무 보고 싶어하고 특수 진열장 제작과 준비에 한달이 걸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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