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뇌질환 치유에 “새장”/「병든뇌」부위 「정상세포」로 대체하면/파킨슨씨병·치매등 완치도 될수있다/6∼9주 낙태아 조직 이용이 “현재론 유일한 방법” 서울대병원 이상복(신경과)·김현집교수(신경외과)팀은 태아 중뇌조직의 뇌세포를 파킨슨씨병 환자 이모씨(47)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구랍23일 실시, 파킨슨씨병등 난치성 뇌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수있는 길을 마련했다. 뇌세포이식은 신경과 신경외과 약리학과 연구진등이 총동원돼야하는 첨단의술로 세계적으로도 극히 일부 병원서만 실시하고 있다. 이식수술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이번 수술은 태아조직세포 이식치료법에 박차를 가해 난치병으로 여겨온 백혈병 소아당뇨병을 치료할수있는 길을 열어주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것으로 평가된다. 뇌세포이식수술을 집도한 이교수와 김교수를 만나 이식수술의 현주소와 전망을 들어본다.
―뇌세포이식수술은 인체 장기이식의 마지막 고비로 일컬어지는데 뇌세포이식수술이란 어떠한 것입니까.
▲김=뇌세포이식수술이란 말 그대로 뇌에 있는 세포를 옮겨주는 수술을 말합니다. 뇌속의 병든세포대신 다른 개체의 정상세포를 옮겨주는것입니다.
뇌세포이식하면 흔히 뇌를 통째로 옮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 의학으로는 도저히 할수 없습니다. 뇌속의 세포를 일부 떼어내 성장 분열 증식할수있도록 배양한후 옮겨줄 뿐입니다. 화상환자들을 위한 피부세포 이식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뇌세포는 다른 신체 세포와 달리 배양하는 과정이 힘들다는 점에서 첨단의료기술을 요구합니다. 뇌세포는 또 정밀할뿐 아니라 구하기도 어려워 지금까지 의료계에선 거의 이식시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의 뇌는 이용하지 못하니 자연히 낙태아의 뇌를 이용해야한다는 점때문에 뇌세포이식술의 발전이 더뎠습니다.
○약물요법 부작용
―이번 뇌세포이식수술로 치료가능성이 높아진 파킨슨씨병은 어떤 질환입니까.
▲이=파킨슨씨병은 1817년 파킨슨이라는 의학자가 발견한이래 다인터뷰=선년규기자
양한 원인과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는 중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죽거나 변성돼 도파민의 생산이 결핍돼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의 발병률은 1천명에 3∼5명이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빈도가 높아져 50세이후에는 1백명에 1명이 걸릴만큼 흔한 병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대략 20만명이 이 병에 걸려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병에 걸리면 주로 경직, 운동장애증상이 나타나는데 보행장애 호흡기능장애 자율신경계기능장애 치매등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파킨슨씨병치료엔 도파민의 전단계 물질인 엘도파라는 물질로 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요법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이 약물은 파킨슨씨병을 근치하지 못하고 부작용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약물투입후 5년이 지나면 90%이상에 약효가 없어져 복용량을 늘려야하고 환각, 망상등 정신병적인 증상도 나타납니다. 또 약효가 나타났다 없어졌다하는 온오프증상도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이런 불안전한 약물치료 대신 등장한 것이 뇌세포이식수술입니다. 89년 스웨덴의 렌드빌박사가 뇌세포를 이식해 처음으로 이 병을 치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정상적인 중뇌세포를 다른 개체에서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면 뇌조직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와 치료되는데, 이 수술은 이미 미국 영국 스웨덴 중국 체코 멕시코 쿠바등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뇌세포이식은 현재까지 1백례가 시술됐으며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환자의 80%가 증상이 좋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의학기술로는 뇌세포이식만이 파킨슨씨병을 치료할수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뇌세포이식수술로는 파킨슨씨병만 치료할수 있습니까.
▲김=정상 뇌세포를 구할수만 있다면 마이넬트핵의 아세틸콜린세포의 결핍으로 생기는 알츠하이머(치매), 기저핵부위의 가바세포 이상에 의한 헌팅턴씨병, 뇌하수체 이상으로 발병하는 뇌하수체요붕증등 내분비계통질환은 완치가 가능할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뇌세포이식은 아직 동물실험중이거나 연구중으로5∼10년후면 임상에 적용할수 있을겁니다.
○윤라상 문제없어
―이번 뇌세포이식수술이 낙태아의 뇌세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 뇌세포이식을 위해 낙태를 시키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낙태아 매매행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있어서도 안됩니다. 의술은 치료를 위한것이지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아닙니다. 설사 한 사람을 구할수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됩니다.
이번 시술에 이용한 중뇌는 모두 6∼9주된 세 낙태아의 것입니다. 이 낙태아들은 현행 우리나라가 낙태를 허용하고있는 근친상간 또는 강제임신, 산모에게 위험한 경우등에 해당해 윤리상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태아가 6∼9주면 5㎝크기로 엄지손가락만 하고 자궁을 떠나면 죽은것으로 간주해 책에서도 사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명력이 있는 태아를 이용했다면 윤리문제가 제기되겠지만 6∼9주된 낙태아는 의학적으로 생명체가 아닙니다. 또 뇌세포이식에는 11주이상된 태아는 이용할 수 없으므로 오용될 소지는 없다고 봅니다.
만약 뇌세포이식을 위해 낙태를 시켜 매매한다는것은 의료상의 문제를 벗어난 것입니다. 이점은 지난해 우리나라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뇌사문제와 같습니다. 장기나 세포조직을 얻기 위해 일부러 뇌사상태를 만들거나 낙태를 시키는것은 의료차원이 아니라 범국가적인 제도적 조치로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인들도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금 되새겨야할 때라고 봅니다.
―의학적으로 낙태아를 이용, 치료할수 있는 질환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낙태아의 조직을 치료에 활용하고있는 현황은 어떻습니까.
▲이=낙태아의 조직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 파킨슨씨병을 대상으로 한 뇌세포이식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낙태아의 조직을 활용하면 각종 뇌질환뿐아니라 에이즈 백혈병 소아당뇨병을 해결할수 있을것으로 보고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윤리적 논쟁을 배제한다면 태아조직세포를 이식수술용 장기로 이용할 경우 면역기능을 잃어버린 에이즈 환자도 태아의 가슴샘유래 면역세포를 이식, 치료하는 길이 열리게 될것입니다. 또 선천성 소아당뇨환자에겐 태아췌장세포를, 백혈병환자에겐 조혈모세포를, 효소결핍환자엔 간세포를 각각 이식, 새삶을 열어주는 전기가 될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불치병치료를 위한 연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인간개조 시대로
―외신에 의하면 최근 영국에선 낙태아의 난소를 불임여성에게 시술, 임신할수 있는 수술이 가능한 단계에 와있다고 합니다. 태아세포이식이 가능해지면 이같은 시술로 세상에 존재하지않는 어머니의 자녀가 태어나는 윤리적인 문제가 떠오르게 될것입니다. 의료윤리의 잣대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의료윤리는 다분히 문화 풍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족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생활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것이죠. 이같은 이유로 의료윤리는 정확한 기준은 없고 유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변할수 없는 의료윤리의 근간입니다.
낙태아의 난소를 이용한 사례는 개인적으로 불임여성의 생명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기때문에 잘못된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사체를 이용해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면 권장해야 하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생명을 해치는것은 절대 막아야합니다. 죽어가는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얻을수있도록 해준다면 뇌사자나 낙태아로서도 좋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수술에 대한 낙태아 산모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산모들에겐 낙태아를 실험과 연구에 사용할수 있다는 동의서를 처음부터 얻었습니다. 수술후 산모들과 직접 대화는 하지않았지만 분명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수술성공으로 우리나라에 이식수술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식수술의 전망은 어떤지요.
▲이=현대의학의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도전에는 끝이 없어 한계는 항상 좁혀지게 마련입니다. 30년전만해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기이식수술이 활발해 불치병으로 여겨오던 병들을 하나씩 극복해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심장 간장 췌장 신장등의 장기를 이식할수 있는 기술을 이미 실시해 상당한 경험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인공장기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있어 가까운 시일안에 인간개조시대가 열릴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의 추세대로 나간다면 2000년대에는 생체조직이나 인공장기를 이용해 50여종의 장기를 대체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이는 뇌와 중추신경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기를 갈아끼울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인터뷰=선년규기자>인터뷰=선년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