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하수처리장 시설투자 소홀/금호강일대 공단폐수대책 시급 낙동강 수계의 칠서정수장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를 1.8배나 초과한 벤젠이 검출됐다는 박흔환경처장관의 14일 발표는 91년 페놀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날 정도로 충격적이다.
특히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젖줄이라할 수 있는 정수장의 정수된 물조차 발암물질에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제까지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던 「맑은물 공급」이 얼마나 허구에 찬 슬로건이었나를 실감케해주고있어 국민들을 분노케하고있다. 박장관은 칠서정수장의 정수된 수돗물이외에 경북달성, 경남물금의 경우는 벤젠과 톨루엔이 검출됐지만 기준치이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를 통해 확인된것은 금호강주변의 공단에서 불법 배출된 벤젠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염소와 반응해 악취가 발생했다는 점 정도이다.
또 하나 분명한것은 낙동강에서는 앞으로도 이번 사태와 유사한 수질오염사고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박장관은 『이번 사고는 일시적인것으로 곧 정상화될것』이라고 대국민 무마용 발언을 덧붙였다.
그러나 박장관의 이같은 홍보성 발표를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사이에서는 그동안 정부에서 공약해오던 맑은물공급이 공염불이었다고 느끼고 있을뿐아니라 『정부에 또 속았다』는 불신감만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지난 91년 페놀사고이후 정부는 사후대책으로 환경처·내무부·건설부등이 모두 38개의 과제를 96년까지 완료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수 있도록하겠다고 공언했다.
3년이 지난 지금 페놀사고때와 달라진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수장의 정수처리시설만 보아도 중금속이나 유독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조차 제대로 갖춘 곳이 없는 실정이다.
벤젠이 WHO 기준치를 넘어선 칠서정수장은 오존처리시설등 고도처리시설이 없어 벤젠제거는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환경처가 칠서정수장에 활성탄등 정수약품을 투입하라고 지시한것도 14일 정량분석결과를 보고받고서였다.
낙동강 수계에 설치돼 있는 생활하수처리장도 현재 가동중인 처리장이 경북 구미, 부산 잘림등 4개지역뿐이며 공단폐수종말처리장도 경북달성 달성공단, 경남 진주 상평공단, 경남 양산 양산공단등 5개지역에 그치고 있다.
엄청난 폐수량에 비해 이를 처리할 수있는 환경기초시설은 너무나 빈약하고 미흡한 수준이다. 이같은 사실은 낙동강 정수장상류에 공단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는 점을 고려치 않은 주먹구구식 수질행정의 대표적인 증거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수계를 관장하는 시도지자체들의 무책임한 행정도 이번 사고의 원인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많다.
환경처는 지난해 말 두번씩이나 경북·경남도, 부산·대구시등에 대해 갈수기에 대비한 오염업소단속과 수질관리를 지시했지만 어느 지자체도 제대로 수질을 관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지방환경청에 의하면 사고가 나자 배출업소단속권을 가진 지자체관계자가 직접 공문을 보내「배출업소단속을 강화해달라」고 하는 해프닝도 벌어질 만큼 지자체들의 배출업소단속이 유명무실하다는것이다.
이번 사고는 낙동강 상류 특히 금호강일대의 공단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낙동강의 수질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보사부는 14일 벤젠과 톨루엔등 유독물질을 음용수수질기준에 뒤늦게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소잃고 외양간고치기식」수질행정은 국민들에게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증폭시킬 뿐이다.【조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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