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추진·4·19세대론속엔 「대망의 꿈」 이기택민주당대표가 연초부터 옷깃에 바람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시장을 찾아가 서민과 영세상인들의 물가고를 살피는가 하면 공단에서 기업주와 근로자들로부터 고충을 듣기도한다. 충남 홍성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쌀시장개방결정이후 농민들의 고충을 몸으로 느끼기도 했다. 그가 최근 전매특허로 내세운 「생활정치」를 실천하기 위한 바쁜 걸음이다.
정초 시무식직후 4·19묘소를 참배한데 이어 지난 7일에는 4·19혁명관련단체인사 5백여명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이제 4·19세대가 민족사를 주도해야 한다』면서 「4·19세대책임론」을 폈다.
그렇게 꽉 짜인 일정중에도 이대표는 일주일에 한 두번 국회 서도실을 잊지않고 찾는다. 그의 유일한 취미활동이다. 팔을 걷어붙인채 힘있게 붓을 쥐고 획을 긋는다.
「호시우행」. 호랑이처럼 보고 소같이 걷는다. 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위한 그의 행동철학을 한 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호시는 몰라도 적어도 우행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무릎을 친다.
김대중전민주당대표의 정계은퇴후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김심」의 지원을 받아 제1야당의 당권을 장악한 그는 대체로「우행」의 느린 걸음으로 당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그가 이제 소걸음하고있을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있다. 12일의 신년기자회견에서 대권의지와 함께 돌연 방북용의를 천명한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북한 김일성주석을 만나겠다』고 했다. 방북용의가 이미지 구축을 노린 단순한 정치적주장이 아니라는것은 그동안「비선」을 통해 방북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났다.
현재까지 당외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방북주장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표가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것은 북한핵문제해결 이후의 정국에대한 대비와함께 자신의 정치적 위상제고를 겨냥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그는 30년 야당생활을 해왔지만 김영삼·김대중 두김씨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못했다. 그래서 그의 정치적 이미지는 희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97년 대권도전을 향해 독자적인 색깔과 지위를 구축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이번 방북추진은 그같은 독자적인 이미지강화 작업중 하나이다. 이와함께 이대표는 지난해 후반부터 김영삼대통령에대한 비판의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원래 대표는 앞에서 점잖은 말만하고 주변에서 공격을 해주어야 하는데 다들 뒤로 빠지니 내가 비판을 하지않을 수 없다』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대표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거둔 성과를 토대로 당내 입지를 상당히 강화시켰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당권 및 대권행보에 견인차가 될 사조직「통일 산하회」의 세강화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대표는 대권도전 본선에 나가기위해서는 당내의 예선전을 성공적으로 치러야한다. 그는 현재 당내 비주류의 거센 도전을 받고있다.비주류측은 『이대표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며 그를 압박하고 있다.
이대표는 이에대해『나보다 더 당을 잘 이끌 수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이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당 예선전의 포인트는 「김심」의 향방이다. 이대표측은 김심의 지원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확신한다. 조기전당대회설이 무성한 올해 이대표의 야무진 꿈이 어떤 시험을 받을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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