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물이 탁하면 내 발을 씻으리로다』 기원전 3세기 중국 초나라의 대시인 굴원의 「어부사」에 나오는 글귀이다. 즉 도가 행해지는 세상에서는 머리감고 갓끈을 씻어 의관을 정제하여 벼슬을 하고 그렇지 않은 세상에서는 더러운 발이나 닦고 벼슬에 대한 미련을 버린후 초야에 묻혀 살아감으로써 세상에 청탁을 가려 처신을 하겠다는 뜻일것이다.
이제 우리는 대망의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한해는 우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이 있었던 기간으로 기록될것이다. 오랜 기대속에서 탄생한 문민정부는 사회 곳곳에 개혁과 변화의 기운을 심었고 바깥으로는 APEC정상회담등 당당한 한민족의 위상과 자존심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내외의 도전속에서 고된 시련을 겪어야 했던 한해였다고도 할 수 있을것이다. 특히 UR협상타결등의 본격적인 국제개방화로 인해 우리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정말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세계의 조류는 자국의 이익에 처절할 정도로 충실한 개방화의 파도를 타고 있다. 더 이상 자신의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제도적 움츠림은 이해될 수 없으며 지구촌에서 고립당하게 되는 구실이 될 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할것인가. 먼저 나라의 안살림을 내 손으로 꾸려간다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세계적 조류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개방으로 인해 외국의 문물들이 밀려들어 오더라도 우리것이 자리를 잃지 않도록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
우리의 정신과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민족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그 어떤 도전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음을 확신한다.
새해는 굴원이 노래한 발 닦을 탁한 물이 아니라 갓끈 씻어 의관정제할 맑은 물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가득한 한해가 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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