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정황만 의존한 영장남발방지 계기/범행사용 흉기 찾을때까지 장기화 전망 경기 부천경찰서가 여국교생 방화살인혐의로 L모군(14)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2차례나 기각됨으로써 경찰이 아직도 어거지식 수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보 4일자 30면 등대 보도)
경찰은 사건발생후부터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은 배제 한채 용의자로 L군을 지목,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없이 진술조서와 정황증거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 김기웅순경살인누명사건때처럼 꿰맞추기수사로 일관했다.
이 사건은 살인등 강력사건 피의자의 인신을 구속시키기 위해선 범행의 직접 동기를 명백히 밝히고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경찰의 구속영장신청남발을 방지하는 계기가 될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해 12월23일 낮 12시30분께 K양(11)이 경기 부천시 소사구 아파트에서 양손 눈 입이 청색테이프로 묶인채 방화살해되는 사건이 나자 피해자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탐문수사, ▲L군이 K양 오빠로부터 빌려간 CD테이프가 K양집에 있고 ▲사건발생직후인 하오1시30분께 L군이 K양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는 점등을 근거로 같은 아파트 건너동에 사는 K양의 오빠친구 L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26일 L군집에서 세탁흔적이 있는 L군의 옷과 청색테이프를 압수했고 L군을 연행, 조사를 벌인뒤 28일 진술조서와 청테이프, 머리카락 5개, 세탁된 옷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직접증거부족 ▲14세 소년의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점 ▲피의자진술이 엇갈린다는 점등을 이유로 기각했고 지난10일 L군집에서 발견된 청테이프가 범행에 사용된것과 성분이 같다는 감정결과를 첨부한 재영장신청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사건발생당시 L군이 오락실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목격자들이 있다고 가족들이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 부분을 전혀 수사하지 않았고 국과수에 감정의뢰된 L군의 옷에서도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사건발생 1주일전 인근주택가에서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은뒤 범행을 저지른 유사한 강도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에 대한 수사는 뒷전으로 미룬채 L군의 범행을 입증하는데만 수사력을 집중했다.
경찰은 『L군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어 급히 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미 압수수색에서 확보하지못한 증거물을 사후에 어떻게 확보했다는것인지 앞뒤가 맞지않는다.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인천지검 오해균검사는 『물적증거확보를 위해 계속 수사할것』이라고 밝혔으나 경찰이 범행에 사용한 칼을 찾지 못하는 한 사건 해결은 장기화될 조짐이며 이로인한 피해자, 피의자 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같다.【황상진·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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