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예측들이 올해는 탈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연초부터 국내외의 외환시장에서 환율변동추이가 불안하다. 미국의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왔던 일본의 엔화가 지난해 8월 1달러=100·40엔에 이른뒤 다시 약세로 반전하더니 새해들어서는 그 추세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이 단일환율제를 채택하면서 20%평가절하했다. 한편 국내의 외환시장에도 외화유입의 증대, 기업의 적극적인 환거래운용등으로 거래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원화의 미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크게 약세를 보여주고있다. 경제의 「세계화」 「국제화」가 심화될수록 정부는 환율정책, 기업은 환거래에서 능소능대해야 한다. 환율정책이 잘못되거나 환거래에 미숙하면 아무리 경쟁력이 있다 해도 낭패를 볼 수 있는것이다. 환률이 경제력에 비해 저평가되면 유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리한것은 「국경없는 경제」가 급속히 실현돼가고 있는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이래서 국제적으로 환율의 고저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가공할 위력을 우리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체험해왔다. 한국경제는 전통적으로 탈불황을 「엔고, 원저」에 상당히 의존해왔다. 근년에 와서는 우리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설비와 원·부자재중 일제의 비중이 높고 또한 섬유·신발등 경공업제품의 대일수출경쟁력이 떨어짐에 따라 「엔고」가 반드시 우리 경제에 유리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봐「엔고」는 역시 아직까지는 우리의 수출증대에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하겠다. 지난해 불황속에서 호황을 구가했던 반도체·자동차·조선등 3업종 가운데 특히 조선과 자동차는 「엔고」의 덕을 톡톡히 봤다. 우리 조선업계가 지난해 9백51만9천톤(73억달러상당)을 수주, 일본을 누르고 세계 제1위로 부상한것은 바로 「엔고」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겠다.
전경련등에 따르면 올해는 반도체·자동차·조선등 지난해의 호황업종을 포함하여 전자·철강·일반기계·시멘트등 20여개 업종이 호황을 맞게 될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엔저」현상이 어느 정도 역작용을 할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원저」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아니면 언제 「원고」로 반전될지 등이 예측불허인것도 역시 변수다. 엔화는 지난해 8월 달러당 100·40엔까지 내려 갔다가 반등하기 시작, 지금은 달러당 1백10엔이상까지 올라갔다. 최근 며칠사이에는 달러당 1백13엔에서 1백11엔까지 내려가고 있다. 미국측은 일본의 엔화가 새해들어 달러당 1백10엔이상의 「엔저」심화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로이드 벤슨 미재무장관은 지난 5일 엔화시세가 달러당 1백13엔까지 싸지자 『일본의 가격경쟁력을 반영하는 수준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엔화가 다시 달러당 1백10엔쪽으로 환원되고 있는것은 벤슨장관의 이 논평 때문인것으로 보고있는데 미국측은 1달러=1백10엔선을 「적절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것이다.
일본측은 「엔저」에 의한 수출증대정책으로 불황을 돌파하려는데 대해 미국측은 전통적으로 내수주도에 의한 경기부양책을 요구해왔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일본의 「엔저」정책을 방치한다면 「엔고」상황에서도 실현한 연간 1천4백억달러의 일본흑자는 더욱 팽창, 무역불균형이 심화될것이기 때문이다. 미일간의 환율분쟁은 오는 2월11일에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주요 쟁점의 하나가 될것이다. 일본업계는 대체로 올해 엔화가 달러당 1백5엔내지 1백10엔사이에서 변동할것으로 보고있는데 달러당 1백20엔으로 돌아가더라도 감원·생산시설의 해외이전등 경영합리화조치를 늦추지 않을 자세라고 한다. 환률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국제적으로 제일 낙후된 부문의 하나다. 환률문제에 대한 노하우를 제고하고 환율변동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태세를 늘 갖추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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