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민주계와도 폭넓은 접촉/“대망론 계속유효”… 새해벽두 일본행 갑술년 새해 벽두부터 민자당의 김윤환의원은 일본출장중이다. 지난 4일낮 한일의원연맹 관계자 한명과 함께 단촐하게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의원이 출국하는 날 공항에 나온 환송객은 고작 10명도 채 안됐다. 그의 정치적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출국이었다. 그런데 이는 그가 스스로 원했던 바였다. 뭔가를「의식」하고 있는 행동임이 분명했다.
김의원을 이처럼 조심스럽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이 문제의 해답을 얻기위해서는 그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살펴보는게 도움이 된다.
그는 지난해를「김영삼대통령만들기 1등공신」―본인은 이를 매우 부담스러워했지만―이라는 화려한 위치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새정부가 출범하고 나자 그도『밤새 안녕하셨습니까』의 한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와 관련한 근거없는 각종 루머가 정치권을 떠돌아 다녔다. 자연스럽게 그가 신여권주류의 주공략 또는 견제대상임이 분명하다는 관측을 유발했다. 일부 민주계들은 아예 그를「개혁대상」으로 지칭하며 공공연히 깎아내리기 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족보」가 같은 당내 민정계도 그에게 힘을 몰아주지 않았다. 여기에다가 지난해 연말의 당정개편에서 라이벌격인 이한동의원이 원내총무에 전격발탁되자 「그러면 허주는…」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의 주변에서「재도약의 기회」로 기대했던 5월전당대회마저 연기됨으로써 허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적 정치기반인 대구·경북(TK)세의 와해도 그에겐 불리한 점이다. TK지역에서는『허주말만 믿고 YS를 찍어줬는데 다 망하게 생겼다』는 식의 불만과 불평까지 나오고있는 실정이다.
그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이들 난제들에 대한 나름의「해법」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새해벽두의「조용한 출국」에 비춰 올해 들어서도 계속 유효할것으로 보인다.
그 첫째는「자제와 근신」이다. 김의원의 한 측근은『허주는 자신의 진의와 관계없이 지나치게 「거물」로 취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같다』고 말한다. 따라서『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개적인 집단모임등은 일절 갖지 않을 생각』이라는 전언이다. 이와관련, 김의원은 지난 연말 추대위인사들과의 망년회계획 취소, 여의도 개인사무실 축소등을 「실천」했다. 일부 허주계의원들과의 사적인 회동도 가급적 삼가고있다.
개인의 정치적 입지강화 차원으로 보이는 행보는 줄이는대신 당내 계파간의 화합을 위한 노력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민주계의 최대실세인 최형우내무부장관과 자주 접촉 하고있다. 당직개편이 있었던 지난해 12월23일 저녁 이뤄진 이총무와의 만찬회동도 이같은 선상에서 이뤄진 경우이다. 김의원은 그밖에도 이춘구 김용태 김종호의원등 민정계중진들은 물론 사면된 서석재전의원과 김덕롱전정무장관등 민주계 인사들과도 폭넓게 만나고 있다.
TK인사들을 주로 의식한 특유의 「대망론」은 올해에도 유효하다. 『지금은 우리같은 기득권층이 나설 시기가 아니다. 개혁이 우선이다. 그 작업이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진입하면 우리에게도 일할 기회가 온다』는게 「대망론」의 한결같은 요지이다.
「허주는 이제 허수」라는 일부의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 「민자당의 공약수」로 변신하기 위한 김의원의 노력이 올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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