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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걸어서 남극에 섰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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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걸어서 남극에 섰다(사설)

입력
199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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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의지가 드디어 걸어서 땅끝에 이르고야 말았다. 한국일보가 창간40주년 기념사업으로 파견한 한국남극점탐험대의 허영호 공격대장을 비롯한 4명의 대원은 만년빙설의 대륙 1천4백㎞를 가로 지른 끝에 11일 새벽6시30분(현지시간 10일저녁6시30분) 남극점에 도착했다. 한국탐험대의 남극점 도달소식은 도전과 극복의 한해가 될 갑술년 벽두에 날아온 가슴뿌듯한 쾌보가 아닐 수 없다. 이 순간 지구의 저 남쪽끝 해가 저물지 않는 백야의 눈부신 광채속에서 힘차게 펄럭이고 있을 태극기를 상상하면 절로 가슴설렘을 금할 수 없다.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8천8백48m), 최북단 북극, 최남단 남극은 지구의 3극점으로 불리지만 그중에서도 1912년 겨울 스웨덴의 아문젠과 영국의 스코트가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다가 스코트는 귀로에 실종하여 만년설에 묻히고 아문젠이 첫탐험자로 기록된 일화로 유명한 남극은, 신비의 베일속에 가장 깊숙히 싸여있는 마지막 극점으로 알려졌다. 영하30∼40도의 강추위와 초속 40의 강풍이 몰아치는 백야의 만년설을 헤치고 수십일간 강행군을 하여야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다.

 77년 9월15일 고상돈이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91년5월7일 최종렬과 신정섭이 북극점을 밟은데 이어 이번에 허영호 김승환 유재춘 홍성택등 4명의 대원이 걸어서 남극점에 도달함으로써 지구의 3극점 모두에 한국인의 발자취가 새겨졌다. 탐험세계의 가장 대표적인 목표인 지구의 3극점을 한국인이 모두 탐험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남극점 도달은 한국탐험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남겼다.

 대자연에 도전하여 극한의 악조건을 극복하여야 하는 탐험에는 숱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실패와 좌절이 따르게 마련이고 에베레스트등정에는 수많은 산악인의 희생을 치른끝에 이루어졌고 북극점 도달도 한차례 실패끝에 두번째 시도에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극점 도보탐험은 첫시도에서 아무런 희생과 실패없이 목표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국젊은이의 탐험정신과 기상을 그 어느때 보다도 빛냈다.

 고산등정에는 현지포터와 셀퍼의 도움을 받고 극지탐험에는 개썰매에 의지하지만 이번 한국탐험대는 스스로 썰매를 끌며 도보로 남극에 도달함으로써 엄청난 인내심과 정신력을 과시했다. 도보탐험으로는 네번째인 이번 탐험은 중도에 식량등을 공중투하로 보급받지 않은채 무보급탐험으로는 최초이며 그러고서도 44일만에 성공하여 지난해 67일만에 도달한 일본탐험대를 23일이나 앞질렀다.

 탐험대를 지휘한 허영호공격대장은 에베레스트만 세차례, 8천m이상인 고봉 7개를 올랐고 현재 세계7대륙최고봉에 등정계획을 진행중 5개를 끝낸,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탐험가이며 남극탐험으로 성가를 다시 한번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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