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이 대입제도를 바꾸려 한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 시험을 치르게될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제도를 또 바꾼다니 이럴수가 있는가』라고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특차선발·복수지원등을 골자로한 새 대입제도는 부분적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새 제도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여유있게 보다 나은 대학을 선택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지만, 새 제도가 너무 복잡하여 갈피를 못잡겠다고 불평하는 학생들도 많다. 시행 첫해인만큼 예상못했던 문제점들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그정도의 혼란이 있다고 해서 당장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학생선발권을 대학의 자율에 일임하겠다는 식의 개선안이 흘러나오는것은 매우 경솔하게 들린다. 그런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의문이지만, 발상만으로도 우려를 금치못하게 한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6일 연두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복잡한 입시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 당정이 검토중인 안은 대통령의 약속에도 어긋나는것이다. 수능시험을 없애고 대학별 고사로 돌아간다면 「복잡한 입시제도」가 개선되기는 커녕 더 복잡해질것이다.
지금까지 대입제도의 변천이란 국가고사와 대학별고사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해온것이 고작이었다. 국가고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학별고사로 가고, 다시 대학별고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국가고사로 가는 식이었다. 같은 이유로 선지원과 후지원 사이를 왔다갔다하기도 했다. 한 제도의 장·단점을 검토하여 축적된 경험위에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대신 완전히 제도를 뒤집어 엎곤 했던것은 각 정권의 과거부인, 또는 한건주의와도 무관하지 않다.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일임하겠다는것은 전혀 새로운 발상도 아니고, 국민이 지지하는 내용도 아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대학별고사를 치러낼만한 능력과 공신력을 지닌 대학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를 의심하고 있다. 대학별 출제가 번번이 실패하여 국가고사로 전환하곤 했던것은 대학별 출제에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가고사를 폐지하고 대학에 밀어버리면 우선 정부의 어깨가 가볍겠지만, 대학이 그것을 감당못하면 그 책임은 정부로 되돌아올것이다.
지금 민자당과 정부는 대입제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엎으려는 유혹을 자제하고, 올해 드러난 문제점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오히려 수능을 강화 보완하고, 대학별고사를 없애도록 유도하는것이 옳다고 본다. 오늘같은 실정에서 각 대학이 개별적인 출제를 한다면 대다수의 대학에서는 출제의 수준저하와 부작용이 불가피할것이다. 각 대학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중고교육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수능시험 출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
특차전형의 확대만으로도 대학의 자율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지금 교육부가 할일은 각대학의 담합을 막아 복수지원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것이다. 복수지원을 없애고, 대학별출제로 전환하는것은 개혁이 아니고, 단지 실패한 옛날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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