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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대비 대학에 과감한 투자를/미 대니얼교수 「기술혁명시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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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대비 대학에 과감한 투자를/미 대니얼교수 「기술혁명시대」진단

입력
1994.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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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신소재 생존관건/나라특성맞는 산업 키워야/집단이기 대화해결 필요… 5년내 통일땐 경제 큰부담 없을것/KBS신년대담 지상중계 21세기의 미래상은 어떤 것일까. 세계화와 기술혁명의 소용돌이속에 등장할 문제는 어떤 것이고 우리는 또 이 난제들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KBS신년기획 「세계석학에 듣는다」시리즈중 「기술대혁명시대가 오고있다」는 주제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대니얼 벨교수(하버드대명예교수·사회학)와 서울대 김경동교수(사회학)의 대담(10일 하오7시30분 방영)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이데올로기의 종언」「2천년대를 향하여」등의 저자이기도 한 벨교수는 『21세기 기술혁명에 대비하려면 과감한 교육투자와 기초지식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세기도 6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놀드 토인비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앞으로 세계문명의 중심이 태평양을 건너 동아시아로 옮겨갈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21세기는 동아시아가 주도하는 시대가 될까요.

 ▲문명은 경제·기술·민주화등의 발전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세계중심은 분명 미국을 포함한 태평양연안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다른 요인들의 방향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 통신 전자등 과학기술은 특별한 방향이 아니라 어느 한나라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아시아국가들이 급속한 민주화과정을 겪고 있지만 아직도 중국 싱가포르등 많은 나라에선 비민주적 통치요소를 발견할 수 있고 21세기가 되면 민주주의실현을 위한 많은 진통을 겪을것입니다. 태평양이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인것은 분명하지만 기술 민주화의 확대라는 측면에선 정확한 방향을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벨교수님은 21세기에 제3의 기술혁명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셨습니다. 기술혁명의 측면에서 21세기의 세계상을 설명해주시지요.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기술은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동력일뿐 사회상 전체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기술발전 자체보다는 자기사회의 특성에 맞게 얼마나 기술을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지난 25년여동안 한국과 일본등 몇몇 아시아국가들은 이 기술을 자국현실에 맞게 잘 이용해왔다고 봅니다.

 21세기의 기술혁명에서 승리하려면 두가지가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는 기초이론지식의 확보입니다. 물리학을 토대로 전자·통신산업이 발달했고 생물학을 기반으로 의학·농업기술이 발전했듯이 철저한 기초이론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첨단기술혁명도 활용능력개발도 불가능할것입니다. 

 또 하나는 소재기술의 발전입니다. 과거에는 원자재·원소재에 의존했지만 이젠 합금 합성등에 의한 신소재·신원료를 개발해야 합니다. 특히 21세기를 주도할 통신·전자산업의 경쟁력은 혁명적인 첨단소재기술의 보유여부에 따라 결정될것입니다. 튼튼한 기초이론연구는 첨단소재기술개발로 이어져 21세기 기술혁명을 주도하게 될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혁명는 경제활동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새 기술이 발명되면 제조업에 응용되고 규격화·표준화과정을 거쳐 전세계로 빠르게 보급될것입니다. 이때 산업은 노동력이 싼 곳으로 이동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노동력 값이 비싼 미국은 사실상 대부분의 제조업이 다른 나라로 떠났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내 노동조합과 의회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던것도 이 협정이 발효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제조업체들조차 다른나라로 떠나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섬유·자동차산업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고 앞으로는 말레이시아나 태국쪽으로 옮겨갈것이 확실시 됩니다. 기술의 세계화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자기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산업분야를 빨리 찾아 육성하는것밖에 없습니다.

 ―산업구조개편을 말씀하시는것 같은데요. 그런데 산업구조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중심으로 개편하려면 성장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경제성장과 산업구조조정을 병행할 수는 없을까요.

 ▲21세기는 제조업이 퇴조하고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될것입니다. 제조업이 사양화되다 보면 새 조류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 사회문제도 등장할것이지만 보이지 않는 새 직업·새 기회도 생겨납니다. 산업구조개편에는 문제점도 많지만 현재의 변화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과감히 도전해야 합니다.

 ―변화의 시대에는 교육문제가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기술변화에 대응하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초·중등교육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재정지원부족과 교육기관의 관료화로 우수두뇌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실패하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초이론지식에 기반한 21세기 과학기술혁명에 대비하려면 과감한 대학교육투자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대학의 고급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대학연구소별로 학문주제가 전문화될수 있도록 조정도 해주어야 합니다.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것은 대학의 활기찬 연구활동입니다. MIT 하버드 미시간대학교등의 막강한 대학원들 덕분에 미국이 세계강국으로 남아 있는것입니다.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성쇠를 가늠하는 진정한 잣대입니다. 기술과 제도는 얼마든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인력투자 없이는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의학 유전공학등 생물기술혁명으로 선진국은 출산율 감소, 후진국은 인구폭발등 인구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로인한 경제적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20∼25년후면 인구증가는 안정국면에 들어갈것입니다. 하지만 후진국엔 인구팽창, 선진국엔 노령화라는 상반된 문제가 상존하게 되고 따라서 노동력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구이동은 또다른 실직, 인종간 갈등등 사회문제를 야기할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균형잡힌 인구분포를 갖고 있는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의료기술발달에 따른 인간수명의 연장과 노령화현상은 의료서비스등 정부의 막대한 사회복지비 지출을 초래하고 국가재정을 쪼들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노인들의 생명을 수개월 연장하기 위해 다른 경제부문을 희생해야 할것인가라는 고민스런 선택에 처해있는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또 한국에는 최근 이른바 3D현상(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문제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3D업종을 완전기계화하거나 제품을 완전 수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권위주의시대가 끝난 이후 한국은 집단이기주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도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해결방안에는 어떤것이 있을까요.

 ▲집단이기주의는 급변하는 사회의 필연적 현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집단간 쟁점은 반드시 협상가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공권력을 빌려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세력들에게서 벗어나 집단간 분쟁에 협상·타협의 원리(경제민주주의)가 적용되도록 해야합니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해결방식입니다. 

 미국이 산적한 국내외문제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것은 안정된 정치와 법이 존중되는 사회분위기 덕분입니다. 

 ―끝으로 한국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의 제1 과제는 통일입니다. 통일방식에 따라 한국의 민주화의 방향도 달라질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전쟁을 통한 통일이 이뤄지면 또다시 군사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독처럼 북한이 완전붕괴될 경우 북한경제를 흡수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등장할것입니다. 하지만 독일경제는 동독의 유휴노동력과 인플레를 감당할 수 없을만큼 침체기에 접어들었었지만 한국경제는 팽창기에 있기때문에 5년내 통일이 달성된다면 경제적 흡수통합에는 별 어려움은 별로 없을 것으로 봅니다.【정리=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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