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선거서 주도권 판가름”/개혁파 후보단일화 실패 “분열상” 러시아의 새의회가 11일 문을 연다. 지난해 12·12총선을 통해 선출된 연방회의(상원)와 국가두마(하원)의 의원들은 이날부터 2년동안 입법부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지난해 확정된 헌법에 의하면 러시아의회는 과거 최고회의보다는 훨씬 권한이 약화됐으며 상하원의장을 각각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어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전최고회의의장처럼 한사람이 의회를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특히 국가두마의 경우 정부를 통제하거나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두마는 최고회의와는 달리 헌법 1백11조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후보에 대해 3차례 인준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에 의해 해산될 수도 있다.
또 두마가 내각불신임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은 헌법1백17조에 따라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두마가 다시 3개월내에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헌법개정은 상원과 하원의 재적의원중 3분의2가 찬성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12·12총선에서 극우민족주의자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의 자유민주당이 사실상 승리함으로써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정국운영은 처음부터 차질을 빚게 될것으로 보인다.
두마의 의석분포를 보면 친옐친의 「러시아의 선택」이 96석을 차지했으며 범옐친 혹은 개혁세력인 「야블로코」파가 33석을, 「러시아통일화합당」과 「민주개혁운동」이 각각 27석과 8석을 확보했다.
반면 반옐친진영에서는 자유민주당이 70석을, 공산당과 농업당은 65석과 47석을 얻었으며 민주당과 시민동맹은 각각 21석과 18석을, 여성당은 25석을 차지했다.
상원은 자치공화국등 연방구성 지역의 대표나 지방행정관 출신들로 구성돼 하원보다는 반옐친 성향이 덜한 편이다.
따라서 연방회의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두마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가 커다란 관심사이다.
두마의 앞날은 우선 의장선거에서 대략의 방향이 드러날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들은 나름대로 후보자를 내세우고 있는데 제1당인 러시아의 선택이 세르게이 코발예프를, 제2당인 자유민주당이 알렉산드르 벤키로프스키를 의장후보로 밀고 있다.
러시아의 선택측은 샤흐라이부총리가 이끄는 통일화합당과 의장후보를 단일화하는 회담에 실패, 또한번 개혁진영의 분열상을 드러냈다.
이에반해 지리노프스키는 자파인물이나 최소한 반개혁적 인물이 의장이 될 경우 의회운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 공산당등에 협조요청을 하는등 의장후보단일화를 위한 물밑운동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지리노프스키는 또 새의회의 개막에 맞춰 85년이후 정치·경제적 범죄행위로 감옥에 투옥된 모든 죄수를 사면하는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면안에는 91년의 소련쿠데타 주범들을 비롯, 93년 10월의 유혈사태로 인해 투옥된 루츠코이전부통령등도 포함되어 있다. 두마는 또 내각개편에 따른 각료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인데 자유민주당과 공산당이 일부 각료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의 처리도 관심거리다. 헌법에 의하면 두마의 권한이 현저히 약화됐으나 향후 1년간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시킬 수 없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어 각료임명을 놓고 정국이 가파른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두마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76년만에 부활되는것이지만 그 앞날은 결코 순탄치않을 전망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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