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내신성적과 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 고사를 기본골격으로 하는 새 대학입시제도가 단한번 실시로 단명하고 말는지도 모를 조짐이 보인다. 김영삼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복잡한 입시제도가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개혁의 뜻을 비춘데 이어서 민자당정책팀이 기다렸다는듯이 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고 학생선발권한을 대학에 완전 일임해 대학입시제도를 완전 자율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제도를 기본골격부터 개혁하겠다는 당의 성급한 발상에 우리는 우선 놀라움과 함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조급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입시제도개혁 움직임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고 싶다. 새 입시제도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제도이다. 기본골격을 깨서는 안된다. 첫 시행에서 드러난 미비점이나 시행착오적인 세부 사항들을 보완하는 부분 개선에 국한해야 할것이다.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보겠다는 당의 발상은 새 입시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또 입시지옥해소를 입시제도로 풀어보겠다는 문제의식부터가 잘못된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입시제도에서 평가자료(내신성적반영·수능시험 2회·본고사)가 다양한것은 장점이다. 나쁠게 없다. 특차전형이나 복수지원도입으로 지원기회를 넓혀놓은것도 그렇다. 이러한 평가자료와 지원기회의 「다양화」를 「복잡하다」고 잘못 이해, 개혁한다는것은 종전의 단순화·획일화로 돌아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획일화의 피해를 벌써 잊었다는것인가.
당이 강조하는 대학입시의 완전자율화개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학생선발권한을 1백% 행사하는 미국의 대학들을 봐도 대학이 본고사를 치는등 선발자료를 제멋대로 정하는 대학은 없다. 고교내신성적·SAT성적·추천서·학외활동실적등 다양한 전형자료 중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활용, 전형하느냐는데에서만 완전자율권을 행사할 뿐이다.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완전하게 돌려주고 대학은 본고사 위주로 학생을 선발해야만 반드시 대학입시가 완전자율화되는 제도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설령 본고사 위주의 대학입시제도로 개혁을 단행한다면 그 피해는 너무나 크다.
수학능력시험도입으로 11만명 가까이 줄어든 재수생이 또다시 급증하게 될것이고 본고사대비를 위한 과열과외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될것은 뻔하다. 모든 4년제대학이 본고사위주의 입시제도를 소화할만한 자율성이 있는지도 지금은 의문이다.
새 제도 도입으로 입시위주교육에서 정상화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한 고교교육이 대학본고사준비위주의 입시학원화해 또다시 고교교육은 파행을 면치 못하게 될것이다. 물론 새 입시제도에도 수학능력시험횟수나 시기조정, 복수지원제의 원만한 정착, 촉박한 입시일정을 다시 조정하는것등 세부적으로 고쳐야할것은 있다. 그러한 개선작업은 골격을 깨는 일과는 무관하게 할 수 있다. 입시제도의 급격한 변혁은 안된다. 또 입시지옥해소는 입시제도로는 해결못한다. 그것은 전반적인 교육개혁으로 접근해서 풀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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