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는 정보화시대에 발맞추어 진행되어 왔다. 정보전달 수단은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인류의 보편지향 의지를 끊임없이 자극시키고 있다. 분명히 세계는 보편화된 문화를 향해 변하고 있으며, 그 반면에는 극도의 개성화가 진행되어 가고 있다. 냉전을 끝나게 한 정보화로 인해 새로이 민족분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구소련내의 소수민족의 독립, 체코슬로바키아의 내전,동서독의 통합에 공통된 요인은 같은 민족끼리 뭉치자는 각 민족의 강력한 집단적 의지가 발동하였다는 것이다.
깊은 초당에 파묻혀 있었던 옛처녀들은 부모가 주는 정보이외에는 아무 것도 접할 수 없었다. 오직 부모의 지시에 따라 순순히 시집을 갔다. 하지 만 요즘의 처녀들은 여러 경로에서 결혼대상자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다. 부모들보다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스스로의 가치기준에 따라 결혼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권력이 제공하는 이데올로기 이외에는 정보를 접할 수 없었던 소련내의 소수민족들은 많은 정보를 얻어 선택의 여지를 넓히고 독립을 요구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가치기준에 따라 미래를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결국 소련이 붕괴되자 그안에 있었던 각 소수민족의 독립이 동시적으로 발생했다.
정보화는 어떤 억압적인 것도 거부하며 세계를 국제화와 민족주의라는 극단적인 두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즉 보편화와 개성화이다. 세계는 하나의 문화로 융합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이 강한 문화가 모자이크처럼 공존하게 된다.
국제화시대의 문화는 민족원형에 뿌리를 두는 것만이 강한 존재의미를 갖게 된다. 전통적인 것 그대로가 아닌 세계성, 보편성이 가미됨으로써 극도로 세련되어 갈 것을 요청받는다. 「옛 그릇에 새로운 술을 담는다」는 말 그대로 시대성을 예민하게 반영하며 민족문화가 크게 활성화되어간다.
그러한 뜻에서 국제화시대의 바람직한 인간상은 단순히 외국어를 잘 구사하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다. 한국적인 교양과 인격의 기반위에서 세련된 정보와 국제감각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 정보화사회는 곧 지적사회이며 교육 특히 대학의 역할이 증대된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교육내용이나 제도가 혁신되어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격인 한국대학은 근본적으로 그 존재의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첫째, 교육이 국제적인 척도에서 그 수준을 상호 경쟁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내 각 대학은 한국의 국제화를 추진시키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음을 의식하고 사회일반에게도 널리 개방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에는 스스로가 지니는 과거의 문화의식을 반성해야 한다. 실제로 오늘의 한국인은 무거운 역사의 유산을 짊어지고 있다.
그 내용은 첫째, 조선시대의 쇄국성이 남긴 부정적인 정신성(좁은 공간관,짧은 시간관, 에너지의 축적보다 산일시키는 냉사회성)이다. 둘째, 우리 스스로의 원형을 긍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제로부터 강요당한 비굴성을 반드시 청산하여야 한다. 셋째, 6·25와 군사통치시대가 남긴 물신숭배풍조다. 국제화시대는 문화(정보)가 존중되는 시기이다. 군사통치 시대에 강조되던 「잘살아보세」의 말에 상징되는 물신숭배주의를 청산하여 「보람있게 살아보세」가 되어야 한다. 대량의 물질보다는 질 높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한국인이 위에서 말한 역사유산의 청산에 성공한다면 한국인의 원형에 내재하는 강한 생명력, 적응력, 순발력, 참여의식등을 지렛대로 삼아 성공적인 발전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정보화 국제화 사회의 다원적인 구조는 부족국가적인 경향을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마을적 의식」은 잘 승화되기만 한다면 이러한 정보화 국제화사회의 성격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재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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