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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와 고교교육(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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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와 고교교육(사설)

입력
199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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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만에 부활된 대학별고사의 출제 방향과 출제된 문제들은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을만 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가톨릭대등 5개 본고사실시대학들의 출제기본방향이 대체적으로 종합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문제해결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을 출제함으로써 고교교육의 새로운 방향제시도 모색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도 좋을 것이다. 주관식위주의 출제를 하면서도 고교 교과과정의 기본개념이해능력측정(서울대) 자율학습능력까지 측정(연세대) 과외를 부추기는 까다로운 문제지양(고려대)에 역점을 뒀으며 함정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대학들의 출제능력의 성숙을 돋보이게 했다.

 다만 국어의 논술주제는 서울대등 3개대학이 하나같이 고졸 수험생에게, 그것도 극히 제한된 시간의 입시문제로는 너무 벅찬 문제였다는 일선고교의 지적이 많다는 것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어쨌건 이번 대학별고사출제의 능력이나 출제된 문제의 수준으로 미뤄 본다면 대학별고사는 훨씬 더 많은 대학들에 확산돼도 괜찮겠다는 낙관을 우리는 하게 된다.

 이번에는 1백42개 대학중 9개대학만이 대학별고사를 했지만 95학년도부터는 좀더 많은 대학이 대학별고사실시에 합류, 대학들은 특성을 발휘하고 학생선발에 자율권을 신장해야 한다. 수험생들에게는 대학을 선택할 기회와 폭을 넓혀 줬으면 하는게 우리의 바람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의 고교교육이 대학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질높은 교육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데 문제가 있다. 수학능력시험제 도입으로 단편적 지식을 암기위주로 가르치고 시험점수를 높이기위한 주입식 위주였던 고교교육이 많이 달라졌다. 폭넓은 지식습득을 위주로하고 종합사고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탈바꿈을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대학별 고사마저 고차적인 사고능력과 문제해결력 그리고 논리적인 서술능력등을 요구하는 출제를 하게 된다면 고교교육은 그에 맞춰 더욱 빨리 변화를 해야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그처럼 고대했던 고교교육의 정상화이며 고교교육의 수월성 추구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반에 60명 가까이를 수용하는 교육여건,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시키는 교육방식에만 익숙한 교사들의 수준, 대학에서도 못하는 토론식 수업을 고교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우수한 학생과 열등생이 혼재한 평준화교실속에서 질높은 고교교육이 말처럼, 또는 대학들이 요구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장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교교육의 근본적인 탈바꿈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새로운 각성과 노력이상의 것들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교육투자의 확대와 지원이다. 대학들의 고교에 대한 요구와 주문도 고교의 현실을 감안하면서 점진적으로 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교가 감당못해 주저앉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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